박물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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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회 작성일 22-06-17 11:06본문
시인을 관람했습니다
한밤에 떠오른 시인은 형용할 수 없던 사람을 잃고 먼지가 되어 유리관 속을 부유했습니다
어둠에 힘입어 빛을 기록했습니다
이반
나는 너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좋아
퇴역군인인 촐 씨를 보러 갔어요 겨울이었어요 침대에 누운 촐 씨는 다 죽어가고 다 죽어가는 촐 씨의 인중에 겨울 빛이 내려앉았어요 추워요 짙은 먼지를 보며 말했어요
마음을 들려주세요
발을 잃어버릴 때는 사람을 죽였단다
촐 씨가 재채기하자 먼지들이 ㅅㅅ 공중으로 흩어졌어요 콧수염의 퇴역이란 역시 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저는 죽은 소년답게 희고 얇은 커튼 뒤로 가서 콜록거렸어요 콜록, 촐 씨 시를 읊어주세요
이반
나는 혁명이 아니라 사랑을 들려주마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내가 먼지로 이루어진 콧수염으로 짙었을 때 ㅅ의 어느 늦은 밤에 죽어가는 이반은 내게 자신이 쓴 [이반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었단다 이반의 마음에 대한 것이었지 겨울이었단다
엄마, 저기 뻐꾸기!
얼음이 눈을 번쩍 뜨고
이반은 물속에서 저만치 흘러갔어요
죽은 사람들이 가는 죽어버린 숲까지
꿈을 물이라고 발음하는 곳까지
나는 이반이 들려주는 물을 물끄러미 듣고 출렁이고 재채기하고 그때마다 짙은 먼지는 공중에서 y y 흩날리고 나는 살기 위해 몇번씩 얼어 죽은 이반에게 이반의 어린 시절 물을 들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지
이반
나는 끝내 이반에 관하여 쓴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저 시인을 봐
저 먼지 구덩이 같은 눈동자를 봐
불길해
지옥의 개들을 몰고 올 거야
엄지가 내게
사람들은 이반을 장미와 가시 유리관에 가두고
잊고
머지않아
인류는 밤으로 뒤덮이고
관 뚜껑을 열고
불을 일으키는 자를 노래하리니
촐
먼지로 흩어진 자여
머닞에 처음으로 순응하고
빛을 향해 가장 먼저 손가락을 펴는 자여
장밋빛 피가 수북한 관에서
불이야 외치는 자여
저기
뻐꾸기!
시인을 모두
관람했습니다
유리관을 향해 벽돌을 던졌습니다 하나의 체제가 와장창 무너져내렸습니다 먼지를 일으켰습니다 이반의 짙은 물이 평화롭게 흩어지며 어린 시절 콧수염을 회복했습니다 겨울이 빛이 시간이 그곳에 가만히 내려앉아 다음 관람객을 기다리며 불타고 있었습니다
창비2018 김현[입술을 열면]
감상평 : 이반에 대해 언급하듯 화자는 동성애를 한 것 같다
뭐, 소수를 지향하는 시를 쓴다는데 할 얘기는 많지 않다
소수의 의견을 듣는다는 입장에서 거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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