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목록 / 김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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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6회 작성일 22-06-21 19:57본문
손바닥에 닿으면 부러지는 연약한 비
비가 거리의 목록에서 노점을 지웠다 오늘은
가난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산을 펴자 비가 우산 위로 사납게 달려들었다
우산은 우산 크기만큼만 비를 가려주었다
온다는 소리 없이 집집마다 비가 다녀갔다
섭섭하지만 비를 뒤쫓아갈 필요가 없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보내주기로 했다
비를 모금함 속에 모아두는 엉뚱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사람을 불러모으는 재주를 가진 노점이 사라진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에 스며들었는지
한산한 거리가 비로 시끌벅적했다
비에 쫓겨난 봄꽃은 어디서 보상 받을지
생계가 막막해진 봄꽃이
뿔뿔이 자취를 감추었다
손바닥에 닿으면 부러지는 연약한 비에도
바퀴의 노동은 멈추지 않고, 내일도 모르고 앞만 향해 자꾸
달려간다 이런 날, 바퀴도 없이 미끄러지는 사람이 꼭 있더라
저만치 자신을 내팽개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비가 거리의 목록에서 이제 웃음조차 지우려 한다
오늘은 비의 목록에 따뜻한 위로가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창비2014 김희업[비의 목록]
감상평 : 김희업 시인의 시집에는 대표작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시집의 제목에 해당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무리해서 작위적이거나 쉬워서 상투적이거나 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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