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본 / 김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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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2-06-27 03:12본문
탁본 / 김용권
돌 속에 갇힌
신발 하나 꺼내 신었다
초선대 댓돌 위에 놓고 간
왼발이었네
한발 내어 한걸음 구하는 오늘
바위 속 남자도 떠나고
아버지도 떠났네
음푹한 저 발자국
밟은 자리마다 흉터이더니
깨지지 않는 거울 속에 박아두고 떠났네
돌의 밑창을 잘라 본을 뜨네
비바람이 닦아 지워진 족문을
검은 신발에 새겨 넣었네
먼저 간 한발을
어디로 놓았는지 보이지 않는데
* 김용권 : 1962년 경남 창녕 출생, 2009년 <서정과 현실> 로 등단
시집 <땜의 채굴학> 등
#,
탁본은 과거를 현재로 초치, 재조명 해본다는 역사 보존행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화자도 지난날의 흔적을 탁본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필자의 고향은 40여년 전 충주댐으로 수몰되어 상상 속에서만
남아 있는 그리운 곳입니다
김경주 시인의 굴 story를 인용, 탁본 해봅니다
"세필로 댐을 부순다
물에 잠긴 마을을 그린 후 그림 속에서 물을 점점 비워보기로 했다
붓을 그림의 수면 아래로 깊이 넣고 휘젓자 마을이 붓에 출렁인다"*
조금씩 조금씩 마을 전경이 드러난다
흩어진 풍경을 그러모으니 한 장의 사진 같다
- 탁본 -
내가 살던 고향 마을 가을 되면,
첫돌박이 함빡 웃음 같은 먹골감 열려 온 마을 붉게 물들고
뒷산 밤나무 숲에는 알밤 영글어 안개 낀 새벽마다 떨어지지요
그대가 생각나네요
찬연히 쏟아지는 달빛 아래 멀리서 누렁이 울음소리 들려오던
늙은 대추나무 밑 돌담길
그 때 달빛 같은 그대 마음 지금도 그대로겠지요
그리워 지네요 달빛 속 그대 모습이
바람 한 점 다가와 나뭇 잎 한 장 떨구고 가네요
붉게 불붙은 산자락 모퉁이 돌아서면
빙그르 현기증 나는 저 분두골에도 낙엽이 지네요
* 굴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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