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書誌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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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회 작성일 22-06-28 21:31본문
위험한 書誌 / 신용목
소에게 풀을 먹이고 그것이 뿔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구름의 행군이 오래 계속되었다 집들은 양말처럼 현관을 가졌고 어제가 벗어놓고 간 날씨 같았다 그 집에 사는 동안 아는 것은 비밀밖에 없었고 모르는 건 소문밖에 없었다-그러므로 침묵! 거울에서 가면을 꺼내 쓰고 기다린다 거울이 피부가 될 때까지 가위표 마스크를 쓰고 달력은 날마다 어제 속으로 연행되었다 가면은 그림자를 오려 만든 것 가위는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이므로 거울은 여러 장의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 집은 너무 많은 발자국으로 더러워졌다 구름의 왼발과 오른발 혹은 오리다 만 눈과 코-그럼에도 침묵! 열릴 때마다 현관은 안과 밖을 뒤집었으며 거울에는 흰 소가 검은 소로 비쳤다 날씨가 구름의 양말을 신고 오듯 소에게 풀을 먹이고 뿔에서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린다
얼띤感想文
소에게 풀을 먹이다. 비유다. 즉 나는 책을 읽었다. 그것이 뿔이 될 때까지, 그것이 詩가 될 때까지 구름의 행군이 오래 계속되었다. 구름의 행군은 독서의 둑이 가득하면 물이 넘치듯 일종의 독서의 진행형에 가깝다. 집들은 양말처럼 현관을 가졌다. 이 표현이 압권이다. 글은 신을 수 있는 양말(이쪽과 저쪽의 말)마치 현관문처럼 드나들게 하는 어떤 마력이 있다. 어제가 벗어놓고 간 날씨 같았다. 여기서 어제는 시간적인 표현이 아니라 하나의 제유다. 이 시어 하나로 시간과 인칭을 대변한다. 시란 하나의 일기 같기도 해서 한 사람의 비밀과 소문, 소문은 작은 문으로 어쩌면 입에 오르내리는 그 입담 혹은 여자의 음부로 보아도 무관하다. 차라리 음부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생산적인 표현으로 본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침묵! 시는 거울을 보듯 상대를 보고 하는 말, 아니면 상대측에서 바라본 나의 소묘 같은 것,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더듬는 일이다. 날씨가 구름의 양말을 신고 오듯, 여기서도 제유법으로 날씨와 인칭대명사의 역할, 구름의 양말 또한 좋은 표현이다. 신는 양말도 양말, 군사(軍士)가 먹을 양식과 말을 먹일 꼴을 통틀어 이르는 말도 양말 또한 이쪽과 저쪽의 양말 소에게 풀을 먹이고 뿔에서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는 작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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