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의 봄 /이명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일인칭의 봄 /이명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9회 작성일 22-06-30 09:30

본문

일인칭의 봄

 

이명숙

 

 

꽃이 피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아까시꽃 찔레꽃 아직 피우지 못한

언어는, 어느 먼 생의 입술에서 필까요

 

꽃들 망막에 꽂힌 흰빛 푸른빛 사이 서로 다른 오늘의

왼눈 오른눈 사이

간 봄의 볕에 타버린 혀의 뿌리 찾아서

 

꽃이 지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검은 숲에 버려져 스마트만 진심인

우리는, 어느 천년 후 여기 다시 올까요

 

불두화 합장하는 그렇고 그런 봄날 귀 적시는 소리에

그저 우연이란 듯

서운암 꽃자리마다 술렁이는 눈빛들

 

 

 

ㅡ부산시조 통권 50호 기념시조집 『서운암, 시조에 물들다』(부산시조시인협회, 2021)

ㅡ시조집『튤립의 갈피마다 고백이』(문학들, 2022)

 

 

-----------------------

  시의 제목이 일인칭의 봄이다, 이인칭도 있고 삼인칭도 있는데 왜 하필 일인칭의 봄일까. 제목이 그럴싸해서 눈길을 사로잡는데 꽃이 지는 게 꽃의 자살이라면 어느 인칭의 계절에 지는 꽃이 심쿵할까.

 

  시의 이미지 전환이 폭포에 물 떨어지듯 이루어지고 있어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가 조각난 언어의 파편처럼 주워 담기 어렵다. 그런데 시는 첫 행부터 저항적이다. 꽃이 핀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가 아니라 꽃이 피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냐고 한다. 막무가내 도발적이다. 아니 역으로 순응적이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돌연 꽃이 진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가 아니고 꽃이 지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냐고 한다. 이 또한 도발이고 저항이며 순응이다. 도발이고 저항이고 순응인데 화나거나 떨떠름하지 않다. 피겠다는데 지겠다는데 그 순응의 의지를 누가 막을 수 있으랴.

 

  하지만 글쎄, 글쎄다. 한번 진 꽃이 언제 올까. 다시 오기는 오는 걸까. 지는 꽃은 알 수 있을까. 백년 후 천년 후 다시 온대도 순환의 윤회 생성 속에서 무엇을 집착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모르지만 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꽃이 꽃을 피우는 것도 지우는 것도 즐거운 고통이라는 것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07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31 1 07-07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4-12
48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4-10
486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4-08
48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4-06
48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4-05
48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4-05
485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4-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