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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만나는 흔한 방법 /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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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2-06-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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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만나는 흔한 방법 / 이재훈

 


    바보처럼 수긍하고 포기하는 것. 꽃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존과 착각을 오가는 것. 멀쩡한 풍경을 비관적으로 헤아려보는 것. 가령 나는 오늘도 단테의 황혼을 걷는다. 와 같은 문장들.

 

    저녁은 배달음식처럼 뜬금없다. 시내버스를 타고 운좋게 맨 뒷자리에 앉는다. 서서히 쇠락하는 도시의 변두리. 가끔씩 가뭄에 시달린 밭두렁을 지난다. 신도시의 생뚱맞은 빌딩을 보며 저물어가는 시간. 이런 날은 철학자가 된다. 신파로 시를 쓰고 가르치고 위안하는 날. 어정쩡한 정거장에 내려 고속버스를 검색한다. 당장 떠날 수 있는 남도의 한적한 고장과 마주한다. 꽃길이 하늘 위로 둥둥 떠다닌다.

 

    얼띤 感想文

    노을을 만나는 흔한 방법은 시적 묘사로 이룬 . 글을 쓰고 싶을 땐 어떤 생각을 가져볼까 하는 작가만의 독특한 사색들이다. 나는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는가? 바닥과 천장만 생각하든지, 현관문처럼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을 한 번 생각해 보든가, 안 그러면 이웃의 말을 귀담아들어 보든가, 세태에 귀 기울여 곰곰 생각해 본다. 그래도 글이 잘 나오지 않을 땐 일기를 곰곰 씹어 본다.

    바보처럼 수긍하고 포기하는 것-거저 멍하니 있어 보는 것도 좋다. 바깥에 나가 운동을 해보든지, 아니면 시원한 냉수 한 사발 마시든지, 추락하는 날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 거대한 힘에 일개 개미가 무슨 작업을 할 수 있겠는가! 거저 포기하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2년은 보내야 한다면 한 2년은 바닥만 긁는 것이다.

    꽃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그러니까 늘 화사하며 벚꽃처럼 만개한 시장을 우리는 믿으며 살면 된다. 마냥 꽃길이다. 그렇다 만개한 그 꽃을 딸 것도 아니면서 하루의 기분은 쭈우욱 쳐져 있다면 그건 돼지다. 우린 두 발로 걷는 동물, 혼자의 힘으로 걸어 커피 한 잔 내리면서 오늘도 저 둥둥 떠다니는 구름 한 송이에 피식 웃을 수 있는 그런 여유 같은 것, 좀 있어야겠다.

    자존과 착각을 오가는 것-그렇다, 허름한 청바지를 입어도 왠지 때깔 있어 보이고 시장통 염가의 재킷을 사 입어도 멋있는 그런 존재 몸을 만들고 내면을 먼저 가꾸어라 그러면 언제든 비는 내릴 것이다. 하늘로 오르는 그 비, 누가 그랬든가? 그걸 비꽃이라 명명한 시인도 있었다.

    멀쩡한 풍경을 비관적으로 헤아려보는 것-맞어, 내가 복권에 당첨되었다면, 어쩔 뻔했니? 머 이런 생각들. 사실, 당첨된 느낌으로 샤워를 하자. 그리고 사과를 깎자. 시원히 도려내는 그 칼의 느낌을 한 번 느껴보자. 둘레의 길 빼에엥 돌아가는 속도와 떨어지는 그 껍질들, 그리고 한 포크 집어 올리는 그 느낌과 그 순간 그리고 한 입 오지기 씹는 이의 가름길

    가령 나는 오늘도 단테의 황혼을 걷는다. 와 같은 문장들-가령 나는 오늘도 고흐의 영혼을 걷듯, 그의 편지 글을 읽어보는 것도, 고흐는 참 안 됐다. 붓도 잘 놀렸지만, 그가 쓴 글은 참 애틋하다. 그러고 보니, 이중섭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현실은 가난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정말 부자였다.

    저녁은 배달음식처럼 뜬금없다-저녁은 뜬금없이 배달된 시집으로 뜬금없이 마구 펼친 한 장을 읽는 맛으로 저녁을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시내버스를 타고 운 좋게 맨 뒷자리에 앉는다-시집을 다 읽으면 그 뒤에 오는 여운은 분명 있다. 시내버스와 같은 한 권의 시집과 시내버스와 같은 그 한 권의 시집 그 끝에는 토를 달아놓아 보자. 이건 쓰레기야 오늘도 이 쓰레기를 한 묶음 묶어 버려 보자. 버리는 곳-시마을

    서서히 쇠락하는 도시의 변두리-단세포 동물이 아니듯, 우리는 수만 조의 세포로 이룬 군집, 그 한 변두리, 뉴런이 떨어져 나가는 어떤 고통과 아드레날린, 그리고 또 무엇 그리고 휘갈겨 나가는 포클레인, 그리고 덤프트럭과 죽어 나가는 살점들

    가끔씩 가뭄에 시달린 밭두렁을 지난다-밭을 갈아보자. 잡초만 무성한 그냥 내버려 둔 묘지 같은 그 밭을, 비만 오면 자라는 무성한 풀과 풀들, 제초제는 절대 쓰지 말자. 예초기 들고 시큼한 날 힘껏 돌려보자.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신도시의 생뚱맞은 빌딩을 보며 저물어가는 시간-명망 있는 시인의 이름과 그들의 성기를 보자. 한 번씩 떠오르는 단어를 지우며 한 번씩 지웠던 단어를 다시 씻어보자. 그리고 저물어 가는 한 해와 저문 연필들, 그 분가루와 분가루 헤치며 걸어 나갔던 염소들에게 귀한 선물을 안겨다 주자.

    이런 날은 철학자가 된다. 신파로 시를 쓰고 가르치고 위안하는 날. 어정쩡한 정거장에 내려 고속버스를 검색한다. 당장 떠날 수 있는 남도의 한적한 고장과 마주한다. 꽃길이 하늘 위로 둥둥 떠다닌다-남극을 바라보는 북극의 마음, 꽃길이 아닌 지옥이라면 신파가 아닌 우린 아마추어라는 것도, 이런 날은 철학자가 아니라 의사로, 아버지 머리채 흔들며 쥐어뜯는 마음으로 믹서기에 툭툭 던져 넣은 눈과 눈알들, 핏물 가득한 잔을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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