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공/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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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2-07-08 15:40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0708)
빗나간 공/김명아
갇힌 문장은 가시가 되어 찌르고
누워있던 활자가 젖어든다 창마다 불빛
들어서고 얼어붙은 길이만큼 창문은
떨고 있다 땅을 재단하던 발자국 따라
돌을 깎던 손금, 녹아내린다
야맹증에 걸린 판결문 앞에서
망사스타킹은 뛰어다녔고 문제연구소
문패를 반납했을까 항공 우편기가
추락하고 자동차는 시동이 꺼지고
파랑경보가 울렸다 어디로 갔을까
우아한 일들이 빗나간 공을 쫓아간다
모자이크 처리된 행방行方 몇 장
띄우고 삭제된 심장이 양팔 벌린다
배치도를 확인하고 성급한 막대그래프는
사무적인 얼굴을 첨부했다
오늘도 묻지 못한 뒤 페이지를 잠근다
얼음 밑으로 굼실거리는, 온몸으로
슬라이딩하는 목청 큰 볕을 기다릴 때
바람의 손가락이 겨드랑이를 간지른다
(시감상)
가끔,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의 본 모습이 궁금하다. 왜? 무슨 이유로? 모자이크되었을까? 어쩌면 내게서 내가 모자이크 처리된 것은 아닌지. 무심결에 던진 마음이라는 공이 빗나간 것은 아닌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세계는 움직이고, 책갈피마저 바람결에 넘겨지고 나는 여전히 내 빗나간 행방에 대하여 사무적인 얼굴을 한 채 나를 찾고 있다. 여름 한가운데 땡볕을 가리는 저 그늘만큼 그늘이라도 되어주면 좋을 것을 행방을 알 수 없는 나와 우리가 엉켜있는 날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전남 여수, 한국녹색문학상, 계간 시와 산문 편집주간, 시집( 붉은 악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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