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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 않은 마음 / 강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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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회 작성일 22-07-10 18:16

본문

단순하지 않은 마음 / 강우근

 


    별일 아니야, 라고 말해도 그건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고

    작은 감기야, 라고 말해도 창백한 얼굴은 일회용 마스크처럼 눈앞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눈병에 걸렸고, 볼에 홍조를 띤 사람이 되었다가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병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걸어오는 우리처럼 살아가다가 죽고 만다.

 

    말끔한 아침은 누군가의 소독된 병실처럼 오고 있다.

 

    저녁 해가 기울 때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감자튀김을 먹는 사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말한다. “정말 끝내주는 경기였어.” 나는 주저앉은 채로 숨을 고르는 상대편을 생각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아서

 

    밤의 비행기는 푸른 바다에서 해수면 위로 몸을 뒤집는 돌고래처럼 우리에게 보인다.

 

    매일 다른 색의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지고 있다.

 

    버스에서 승객들은 함께 손잡이를 잡으면서 덜컹거리고, 승용차를 모는 운전자는 차장에 빗방울이 점점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편의점에서 검은 봉투를 쥔 손님들이 줄지어 나오지.

 

    돌아보면 옆의 사람이 없는, 돌아보면 옆의 사람이 생겨나는. 어느새 나는 10년 후에 상상한 하늘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쥐었다가 펴는 손에 빛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었다. 보고 있지 않아도 그랬다.

 

    내가 지나온 모든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얼띤感想文

    강우근 詩人의 등단작이다. 詩題가 단순하지 않은 마음, 어찌 읽으면 결코 단순하지 않은 時代相을 대변한다. 그러니까 복잡한 세계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日常을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흔히 편의점을 가거나 대형마트 혹은 버스나 비행기 즉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옆을 좀 더 생각하는 時代가 되었고 나의 개인적인 활동 범위조차 제재를 받는 시대에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다며 스스로 慰安을 둬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世界에 우리가 있다.

    詩 문장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별일 아니야라고 말해도 그건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다는 건 곧 죽음의 世界. 아무렇지 않다고 여긴 작은 감기를 대수롭게 여겼다면 그건 일회용 마스크처럼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詩語 하나가 참 곱게 와닿는다. 조약돌 말이다. 둥글고 작은 돌이지만, 조약條約이란 조목을 세워 맺은 언약 아닌가! 코로나 시기, 우리는 정부가 제시한 조목에 복종하며 살았다. 금지 업종은 아예 문을 닫았거나 어떤 규칙이나 조례에 따라 영업하지 않았던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민은 이래도 죽고 이러하지 않아도 죽어 나갔던 시대였다. 창백한 얼굴은 마스크처럼 쉽게 버려졌다면 너무 과한 말인가!

    그러나 詩人도 이러한 시대에 작은 눈병에 걸렸지만, 대중 앞에 서기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살아 있음을 말이다. 병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우리들 인간처럼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걸어간다. 그렇게 운명을 다하면 우리처럼 죽는다는 사실을 익히 우리는 몰랐던가 말이다.

    단순한 마음이 결코 단순하지 않은 아침을 맞고 아침부터 소독된 병실처럼 세계를 맞는 그 아침이었던 시대, 다 저문 저녁 해를 보며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손님께 내놓은 감자튀김을 먹는 사람을 보며 축구 경기를 보던 시대는 이미 다 저물었던가! 정말 끝내주는 경기였어, 이게 마지막은 아닐 거예요. 힘내세요. 저 숨넘어가는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을 아파하던 시대를

    우리는 지나왔다. 껌껌한 밤은 지나간다. 마치 돌고래가 바다를 뒤집듯 다시 푸른 해수면을 등지며 헤엄쳐 나갈 세계를 말이다. 각기 다른 이상과 꿈을 안으며 흩어지며 다시 모이며 마치 버스에서 승객들이 함께 잡은 손잡이에 덜컹거리는 흔들림에도 크게 마음 쏠림이 없는 세계, 죽음이 빗방울처럼 온다고 해도 검은 봉투처럼 담은 죽음이 일상의 일이라 해도 돌아보면 옆의 사람이 있었다가도 사라진 세계, 또 옆이 생겨나기도 하는 우리의 일상 아니었던가!

    그래 지나온 모든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자.

    그래 대수롭지 않은 일은 아니지만, 단순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지나 우리는 좀 더 굳건한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조약돌처럼,

    어쩌면 일회용 마스크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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