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발 장대비 /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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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회 작성일 22-07-10 19:59본문
한 다발 장대비 / 조말선
한 다발의 장대비가 배달되었다 밑동이 바싹 잘린 장대비 머리에 구름을 매단 장대비 구름은 활짝 피어 있었다 포장을 하지 않은 장대비는 노란 리본에 질끈 묶여 있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용의주도하게 꼬리를 잘라버렸다 뿌리째 보낸 비에 내가 다 젖을까봐? 그는 한번도 비를 맞아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군다 비는 바깥에 두는 것이 좋아, 그는 활짝 핀 구름만 보고 버리라 한다 비는 오래 맞을 것이 못 된다고 한다 나는 한 다발의 장대비를 궁리했다 꽃병에 꽂아도 보았다가 거꾸로 매달기도 했다 구름은 점점 허물어졌다 구름은 점점 병색을 띠었다 한번 잘린 구름은 뜬구름이 되었다 한번 잘린 장대비는 쏟아지고 없었다 나는 노란 리본에 질끈 묶여 있었다
鵲巢感想文
몇 권의 詩集은 소장 가치가 있는 것도 있다. 조말선 詩人의 ‘둥근 발작’이 그렇다. 꽤 괜찮다. 괜찮을 뿐이던가! 가히 壓倒的이다.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 어쩌면 가볍기도 하고 잠시 멍 때리기에도 딱 좋은 그러다가도 훤한 빛을 볼 때면 머리가 맑아진다. 글의 매력은 신문처럼 신선하고 늪처럼 진득하지만 소낙비처럼 시원한 기분을 膳賜한다. 이를 느껴본 이는 잘 알 것이다. 그래서 詩人은 글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며 또 위안으로 이것만 한 것도 없어서 혼자 있어도 어떤 때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다가도 씩 웃고 그런다. 뭐가 빈 것처럼 하루가 즐겁고 하루가 깨끗하며 정말이지 큰 부를 동반하지 않아도 아주 큰 부를 이미 가진 사람처럼 행복하다. 글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누가 또 뭔 개소리냐고 할진 모르나, 이는 經驗者의 日記다.
위 詩를 뜯기보다는 아주 敍述的으로 풀어서 써보자.
한 권의 詩集이 배달되어 왔다. 詩를 쓴 詩人은 없고 詩集만 덜렁 왔으니까, 오로지 이상한 글만 가득한 이 詩集 한 권은 말 그대로 난해하기 짝이 없다. 그것도 발가벗긴 채 쓴 글이었다. 이 詩集은 다만 노란 리본에 질끈 묶여 왔다. 나는 이 詩를 쓴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용의주도하게 어떤 의도는 달랑 잘라버렸다. 온 정신이 다 멍해지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니까 詩는 거저 마음밖에 두는 거야 하며 뭐 이런 말로, 그는 활짝 핀 문자만 보고 말아라 하며 그리곤 버리라 한다. 詩는 오래 읽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한다. 나는 한 권의 詩集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자주 드나드는 방에 打字해서 올려놓기도 하고 이 詩를 조목조목 뜯기도 했다. 그럴수록 詩는 점점 해체되었고 명료화되었고 나는 더욱 맑았다. 그러니까 하늘은 푸른색이었다. 한 권의 詩集은 그렇게 나에게서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집에 오랫동안 질끈 묶여 있었지만, 결국 나는 한 권의 詩集을 묶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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