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가장 / 최금진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소년 가장 / 최금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8회 작성일 22-07-12 13:40

본문

소년 가장 / 최금진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 죽은 아버지 부르는 소리

얘야, 오늘은 마을에 제사가 있구나

 

목구멍이 빨대 같은 풀들이

피 묻은 꽃들을 혓바닥처럼 밖으로 꺼내어놓을 때

빠드득 빠드득 이빨 갈며 풀벌레가 울고

소년의 굽은 어깨 위로 뛰어내리는 나무그림자

귀를 틀어막아도 따라오는

얘야, 아비랑 가서 실컷 먹고 오자

 

어둠이 허방다리를 놓아주는 늦은 귀갓길에

배고플까봐, 배곯고 다닐까봐, 소년을 올라타는 소리

 

아비랑 가자, 아비랑 함께 가자

 

   얼띤感想文

    점심은 국수를 먹었다. 선풍기 바람이 선선하다. 오늘은 22712일이다. 올해도 벌써 6개월은 지났다는 얘기다. 담당 세무서에서 전화를 받았다. 부가세 신고에 관한 내용이었다. 오후에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마을에 제사가 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마을에 누가 죽었으니 예를 표하라는 단호한 말씀이다. 世界에서는 죽음과 탄생은 얼추 비슷하게 들린다. 世界를 마을로 축소縮小한 것도 재밌는 발상發想이며 言語進化論的 說明으로 아버지와 밤길을 대치해놓은 것도 꽤 괜찮은 착상이다.

    목구멍이 빨대 같은 풀들이 피 묻은 꽃들을 혓바닥처럼 밖으로 꺼내어놓을 때 빠드득빠드득 이빨 갈며 풀벌레가 운다. 이는 아버지의 殘像, 잔영殘影이다. 목구멍과 빨대 같은 풀들은 동격이다. 빠드득빠드득 이빨 갈며 풀벌레가 우는 이유는 그들의 보금자리가 잃었기 때문이다. 이는 피 묻은 꽃들을 혓바닥처럼 밖으로 꺼내놓을 때 일이다.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무엇을 읽지 않으면 무엇을 그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소년의 굽은 어깨 위로 뛰어내리는 나무 그림자 그러니까 이미 굳은 소재 거리는 배척해야 할 일이건만 어찌 귀를 틀어막아도 따라오는 일이다.

    얘야 아비랑 가서 실컷 먹고 오자는 얘기는 반어적으로 들린다. 사실, 그 옛날 고죽국孤竹國의 아들 백이와 숙제를 보는 것도 하지만, 고사리만 먹는다고 해서 알아주는 세상도 아니건만, 골고루 먹 돼 새로움을 創造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 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본다.

    어둠이 허방다리를 놓아주는 늦은 귀갓길에 배고플까 봐, 배곯고 다닐까 봐, 소년을 올라타는 소리 아비랑 가자, 아비랑 함께 가자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소년 가장이다. 시는 아비랑 같이 가면 안 될 것 같은 것으로 느낌을 받지만, 한 편의 가 배곯지 않게 우리의 영혼을 일깨운다면 그러니까 그 허방다리를 메울 수 있다면 소년이여 책과 더불어 가자,

    그러면 소년은 아비를 부를 수 있으며 아비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 된다.

    아! 참 어렵다. 제삿밥은 누가 더 필요한가? 제사는 왜 하는 것이며, 귀를 틀어막아도 따라오는 애비의 목소리, 어둠이 허방다리를 놓아주는 늦은 귀갓길이었다. 가령, 빠질 수 있는 저 구덩이에 지나쳐 가도 될 일을 구태여 빠졌다면, 미리 알았더라면 그러니까, 배는 영혼이다. 영혼은 늘 깨어 있어야 함을 말이다.

    여기서 갑자기 나만 믿어도 그것도 宗敎라는 어느 선생의 말씀이 들린다. 허령불매虛靈不昧라는 문자도 지나간다.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61 1 07-07
4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6-22
491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6-18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06-15
49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4-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