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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쌍하다 - 홍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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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1회 작성일 22-07-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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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다 / 홍형표 늦은 저녁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중국 음식점에 들려 짜장면을 먹다 문득, 고개를 들고 본 티브이 뉴스에서 막, 대국민 사과문을 마친 대통령의 숙인 고개가 불쌍하다 아나운서도 불쌍하고 기자도 청중도 불쌍하다 그러고 보니 주위의 손님들도 불쌍하고 종업원도 주방장도 돈 세는 사장님도 불쌍하다 또 그러고 나니 내 뱃속으로 들어가는 시커먼 짜장면도 반달로 드러누운 단무지도 뽀얀 속살 미끈거리는 양파도 내 몸처럼 마른 젓가락도 갈색 식탁도 엉덩이에 깔린 의자도 불쌍하다 이르러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하는 나도 좌우간,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불쌍하다 그런데, 저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은 대체 어쩌란 건지 未등단 시인으로 한때 시마을에서 詩作 활동 - 가끔, 이 詩人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 <감상 & 생각>

허기진 배를 짜장면으로 채우는 그 어떤 쓸쓸한 저녁의 시각에 문득, 화자(話者) 자신을 포함한 군상(群像)의 모습에서 <무명(無明 - 어둠 속의 방황)의 존재로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한 심상(心象)이 자(慈 = 측은한 사랑)와 비(悲 = 슬픈 신음)에 도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生이 밝음이던, 어둠이던, 열락(悅樂)이던, 비참함이던 그 生을 매 순간마다 화자가 확인하고 있다는 데서 다가서는 조용한 감동을 무리없이 전해주는 詩 한 편이다 삶이 부질없는 욕망에 취하여 시시각각 허물어지고 있을 때 (그 어떤 대통령처럼), 그리고 비듬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는 진실의 순간들을 앵무새의 입으로 전하는 (아나운서와 기자처럼), 그리고 그것들에 망연(茫然)해 하는 (청중처럼), 그리고 이루어지기 힘든 초라한 희망(로또처럼)을 간직하고 매일의 고단한 삶을 그것으로 무마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허기진 손님들과 심드렁한 종업원과 툴툴거리는 주방장과 돈 세기 바쁜 사장님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삶을 지탱하기 위해 말없는 봉사와 희생으로 제공되는 세상의 뭇 풍경 (한 그릇의 짜장면과 하얀 양파와 반달 단무지와 마른 젓가락과 갈색 식탁과 의자처럼), 그리고 이 모든 걸 바라보는 화자 자신까지도 그렇게 삶에 부딪혀 매 순간 아프게 깨어진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깊이깊이 자기 속에 침잠(沈潛)하며 보다 나은 내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비상(飛翔)을 꿈꾸는 생명을 지니고 살고 있다는 것 - 하여, 내가 지금 숨쉬며 살아있다는 건 그 자체로 감동이란 거 위의 詩를 감상하며 하나 더, 부언(附言)하자면...... 詩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내 놓고 있진 않지만, 시인은 그 자신의 상상력 안에서 대상(對象)을 바라보는 시선(視線)의 자상함에 연민과 따뜻함이 배어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선의 자상함은 세상의 심상(尋常=보통)한 풍경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시인 자신의 <소중한 양식>으로 갈무리하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詩는 이처럼, <삶의 진정성>을 바탕하고 있을 때 전해지는 감동이 있는 거 같다 - 그 어떤 현란(絢爛)한 문장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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