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씨의 하루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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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회 작성일 22-07-14 13:23본문
눈썹 씨의 하루 / 송재학
눈썹 씨는 물끄러미 숲을 바라보는 오후를 보냈습니다 눈썹 씨가 좋아하는 정갈한 운동입니다 느리게 움직이는 나무 한 그루, 잎사귀 하나하나를 일일이 자신과 일치시키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정지 화면을 한 장씩 스케치하는 내면이기도 합니다 무기력한 눈썹 씨의 근력을 따지자면 명상이 더 근사할 뿐입니다 눈썹 씨는 기억을 제 속눈썹에 올리기도 합니다 눈썹 씨에게 붙어가는 속눈썹이라는 이름은 길고 술이 많아서 수줍은 눈썹 씨의 앞가림이기도 합니다 눈썹 씨에게 찡그린다는 눈짓은 곧 반성을 요구하는 몸짓이기도 합니다 기린이 ‘ㄱㄹ’이고 눈물이 곧잘 ‘눈’이 되는 것은 눈썹 씨의 초식성 때문입니다 눈썹 씨는 자신이 광합성의 재능을 가졌다고 믿습니다 생의 절반은 몸 일부였지만 눈썹 씨는 자신을 고스란히 옮겨주는 수면이 있다는 것을 비를 맞으며 빗방울에 젖으며 알았습니다 눈썹 씨는 무생물을 외면했습니다만 전생과 후생은 필연이라고 자각합니다 아니면 더 희미한 어떤 것, 구름의 그림자이거나 메아리이거나 연기의 외형이 자신을 짚어갔다고 생을 더듬어봅니다 가벼움은 언제나 눈썹 씨의 목표였습니다
얼띤感想文
詩를 읽고 感想해보면 詩를 어떻게 써야 할지 답이 나온다. 詩作法이 훤히 보인다는 말이다. 이미 이러한 詩는 여기서 끝나야 한다는 것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식상한 말하자면, 구태의연舊態依然한 詩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 작품이 졸작이다 뭐 이런 말은 아니다. 결코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말을 놓고 싶은 것이다. 눈썹 씨의 하루지만, 단어나 상황만 좀 바꿔 전개해도 충분히 많은 詩를 낳을 수 있는 거푸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 거 보면 서효인 詩人의 ‘걱정스러운 개소리’는 마치 일기 같으면서도 뼈를 시사示唆한다.
여기서 눈썹은 詩를 提喩한 詩語다. 속눈썹은 詩의 뜻을 내포하는 含有的 表現이며 ‘ㄱㄹ’이고 눈물이 곧잘 ‘눈’이 되는 것은 눈썹 씨의 초식성 때문이라는 말은 언뜻 읽으면 그 속뜻까지 그러니까 완벽한 기린을 정갈한 눈물을 읽을 수 없다는 眞理를 담은 것이다. 그러므로 속눈썹은 마치 줄다리기처럼 길고 숲처럼 엉기성기 붙은 나뭇가지들과 풀밭을 연상하며 읽어야 하므로 술이 많은 것이다.
더 나가 수줍은 눈썹 씨의 앞가림이기도 하다. 광합성의 재능을 가졌다는 말은 빛을 받으면 어떤 有機物이 合成되는 원리로 詩의 根源으로 이끄는 일종의 돛의 役割이겠다. 비를 맞고 빗방울에 젖는다는 말은 詩의 認識을 표현한 문구며 하루가 가볍다는 얘기는 바닥에서 고객의 시선까지 그 거리가 제로에 임했다는 말이겠다. 그러므로 가벼움으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게다. 이는 시의 生産性을 끌어내는 말이기도 하다.
전에 읽은 단항리 뭐가 있었는데 그 詩가 아직 여운餘韻이 가시지 않는다. ‘눈썹 씨의 하루’ 잘 감상했다. 詩人께 感謝하다는 마음을 未洽하지만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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