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시의 야생딸기 /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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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회 작성일 22-07-15 11:20본문
오후 두시의 야생딸기 / 조말선
오후 두시는 야생딸기가 줄줄 샜다 멍이 들거나 깨지거나 오후 두시는 유두들이 돌출한 기형의 야생딸기가 툭툭 떨어졌다 오후 두시의 재난은 오후 두시부터 최고치를 이어갔다 오후 두시의 독서처럼 얼추 반은 잃었고 얼추 반의반은 놓쳤다
얼띤感想文
詩를 읽고 못 읽고는 글을 쓴 詩人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讀者의 몫이다.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는 詩 공부를 할 자격이 없다. 사실, 사전辭典 하나 찾아보지 않고 어렵다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가 어찌 글을 쓰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조말선 詩人의 글이다. 아주 짧고 간결하다. 예전 박용래 시인의 ‘저녁눈’을 보는 듯하다. 글의 짧음과 형식을 보면 그렇다. 아래에 박용래 시인의 ‘저녁눈’을 오래간만에 읽어본다.
저녁눈 /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요즘 젊은 이들은 박용래 시인을 알까 모르겠다. 간단한 문구 넉 줄이지만 읽을 수 있는 이는 또 몇이나 될까!
조말선 詩人의 詩도 그렇다. 詩人 박용래 것보다는 무척 난해難解한 詩임은 分明하다. 멀쩡한 詩語지만, 사전을 열어 봐야 되고 그 사전을 열어 보는 그 자체는 시인께 대하는 예우다. 최소한 말이다.
오후 두 시라는 문구, 참 재밌다. 오후(午後.吾後) 두시는 두 사람의 존재 혹은 시간적 개념 저쪽과 이쪽의 경계선, 야생딸기가 줄줄 샜다. 詩 認識이다. 시 인식의 결과結果는 멍이 들거나 깨진 것이다. 詩人 조말선과 筆者는 어느 한쪽은 깨진 것이고 어느 한쪽은 저쪽에서 돌을 던졌기에 멍이 든 것이다.
유두들이 돌출한 기형의 야생딸기가 툭툭 떨어졌다. 유두들 머리를 가진 자들 기형은 기이하고 괴상한 모양 그러니까 변형적變形的인 어떤 융합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시를 옳게 읽은 것이 아니라 變形的으로 보았다는 얘기가 된다.
재난은 오후 두 시부터 최고치를 이어갔다. 그렇다. 詩의 不在와 不認識은 보자마자 시작한 것이니까 마지막 문장은 더욱 압권이다.
독서처럼 얼추 반은 잃었고 얼추 반의반은 놓쳤다. 讀書처럼 그러니까 읽긴 읽었으나 얼추라는 詩語도 참 재밌다. 얼의 추로 듣기는 것도 그 이유, 둘로 보면 남쪽은 반이 되고 북쪽은 반의반이 된다. 반을 반으로 보면 안 된다는 말이다. 소유격 조사를 유심히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짧지만 명쾌한 詩다. 잘 감상했다.
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다. 부가세 400만 원쯤 계산되었다고 한다. 억장이 무너진다.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에휴 카드로 긁어야 하나 말어야 하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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