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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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회 작성일 22-07-15 16:46본문
눈물 / 송재학
눈물이 말라버렸다 너무 오래 눈물을 사용했다 물푸레나무 저수지의 바닥이 간당간당, 물푸레나뭇잎도 건조하다 일생의 눈물 양이 일정하다면 이제부터 울음은 눈물 없는 외톨이가 아니겠는가 외할머니 상가에서도 내 울음은 소리만 있었다 어린 날 울긋불긋 금호장터에서 외할머니 손을 놓치고 엄청 울었다 그 울음이 오십 년쯤 장기저축되어 지금 외할머니 주검에 미리 헌정된 것을 이제야 알겠다 그 잔나비 울음이야 얼마나 맑으랴 내 어린 날의 절명 눈물이었으니
얼띤感想文
詩가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건, 이 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몇 안 되는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음을 말이다. 詩를 알고 나면 별 것 아니지만, 무엇을 알려고 집중할 때는 스스로 함정陷穽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어느 정도의 맥락脈絡이 맞기는 하지만, 정확한 답을 혹은 단어 하나로 축약할 수 있는 무슨 수수께끼 같은 詩의 그 매료魅了는 아마 그 어디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위 詩에서 사용한 소재 詩語들을 한 번 본다. 눈물, 물푸레나무와 저수지 그리고 나뭇잎, 눈물 양과 외톨이 울음과 외할머니 장기저축, 주검과 헌정, 잔나비, 절명이다.
얼핏 읽으면 책이 아닌가 하며 읽다가 앞뒤 문맥과 정황을 보면 그게 아님을 또 알 수 있다. 가령 물푸레 나뭇잎도 건조하다. 저수지 바닥이 간당간당하면 말이다. 나무가 물이 없으면 마르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 사람에 비하자면 영혼이 있으니까 책이 아닐까 그렇게 1차적 생각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울음과 맞지 않다.
詩人이니까 아무래도 詩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 오십 년쯤 장기 저축되어 외할머니 주검에 헌정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바로 추억追憶이다. 추억이 있어야 詩를 쓸 수 있고, 사람이 살아 있는 한 追憶은 또 쌓여가는 일 그 양이 한정될 수 없는 일 아닌가!
추억追憶이 말라버렸다. 너무 오래 追憶을 사용했다. 일생의 추억의 양이 일정하다면 이제부터 詩는 추억 없는 외톨이가 아니겠는가, 외할머니 주검에 미리 헌정된 것은 그 추억이 있었기에 詩로서 보답한 것이겠고 내 어린 날의 절명 추억이었으니까
오후, 세무서稅務署에 다녀왔다. 그래도 오늘 딱 한 편을 읽고 마감하자는 뜻에서 늘 보던 詩集 한 권에서 제일 짧은 문장 하나를 임의로 골랐다. 亦是, 詩集으로 나온 글 한 편인데 비문 일리는 없지 않은가!
잘 感想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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