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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의 주인 /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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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회 작성일 22-07-17 07:26

본문

액자의 주인 / 안희연

 


    그가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손목에서 손을 꺼내는 일이

    목에서 얼굴을 꺼내는 일이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꾸만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싶어했다

 

    아직 덩어리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는 할 수 없이 주먹을 내밀었다

    얼굴 위로 진흙이 줄줄 흘러내렸다

 

   얼띤感想文

    오늘은 22716이다. 뇌쇠한 어머님을 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살이 더 빠져 보였고 얼굴은 영락없는 노파였다. 말하자면 주름이 확연히 드러났으며 눈은 깊었고 이는 아예 없어, 틀니도 불편하신지 어디에다가 빼놓기까지 해서 다만 우물거리는 모습에 가슴에 멍울 꽃이 피었다. 조금 전, 동생이 해다 놓은 잡채를 내놓으시며 얼른 먹어라 하시는 어머니 얼굴이 그게 뭐고 와이리 말랐노. 어머니는 가지나물도 얼른 버무려 내놓으신다. 쭈글쭈글한 손으로 빚은 나물이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것인가! 그리고 아버지 묘소에 어머니와 함께 다녀왔다. 또 풀이 꽤 자라 있었다. 어머님을 동사에 모셔다 드리고 나는 곧장 대구에 배송이 있어 나왔다. 대구 모 병원, 여기서 점장과 이것저것 얘기 나누다가 또 가슴이 아파 울컥거렸다. 어머님 때문이었다. 이곳 점장 하시는 말씀, 부모는 아들이 필요 없어요, 딸은 꼭 있어야 해요. 여기 나 많은 환자들 모두 딸은 찾아와 살피고 가더라도 아들은 안 옵니다. 가슴에 대못으로 와 꽂혔다.

    詩를 본다.

    액자의 주인이다. 여기서 액자는 액자額子가 아니라 액자額字겠다. 사실 현판이라는 건 굳이 현판만이 아닌, 詩人의 이름을 걸고 낸 시집은 현판이자 액자의 글이다. 우리는 어느 인의 시집에서 어느 를 읽더라도 이와 같은 일은 벌어진다. 물론 글의 세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회에서도 이처럼 소통의 부재가 늘 있기 마련, 무의미한 대화뿐만 아니라 진정성이 없는 거래 관계는 모두 포함이겠다.

    그는 악수를 청했지만, 사실, 손목에서 손목을 꺼내야 할 일을 목에서 목을 얘기해야 맞지만, 우리는 다른 무엇을 제시하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 순조롭지 않은 세계다. 그는 초조한 기색으로 역력했지만, 거저 웃을 수밖에 없었던 일은 아니었는지, 이 일로 된통 우사 치른 일은 없었는지 말이다. 여전히 일의 사태는 파악하지 못하고 선심을 받고 오히려 침을 뱉지는 않았을까! 멀쩡한 얼굴로 멀쩡한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멀쩡한 얼굴이 시퍼런 멍이 들고 피가 흐르진 않았는지 말이다.

    세상은 이러한 疏通不在로 일어난 사건 사고로 얼버무려져 있는 곳, 당신이 날린 주먹에 나는 며칠 앓았다. 그리고 법정法庭에서 대변하기까지 얼마나 그 아픔을 겪어야 했던가! 정말 글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많은 것을 대변한다. 그 사각지대死角地帶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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