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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의 계절 /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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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2-07-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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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의 계절 / 조말선

 


듬성듬성 시금치를 솎듯이 들판을 솎는다 들판의 목을 잡아올린다 시금치를 잡고 들판을 뿌리째 뽑는다 눈에 흙이 튄 들판이 찡그린다 들판을 뽑다보니 시금치가 쌓인다 들판은 비리다 갓 뽑힌 들판은 생선의 아가미처럼 팔딱거린다 곧 죽을 듯이 들판은 질리도록 파랗다 시금치는 데치고 들판은 어떻게 하나 시금치를 볶으면 들판은 복기되고 시금치를 무치면 들판은 재현하는데 들판은 숨이 죽었을까 시금치가 없으면 들판은 아무것도 아니다 들판은 텅 빈다 이런게 들판인가 나는 젓가락을 들고 푸른 식탁을 집으려고 해본다 이건 창의적인 발상이 아니다 들판은 왜 질려 있나 식탁은 왜 들판을 베끼나 한 알의 씨앗이 들판에 떨어져 반복하는 시금치가 왜 경이로운가 왜 감동이 반복되나......파랗기만 하다 파랗게 흔들리려고 0이 되지 않으려고 들판은 1111......을 뒤집어 쓴다 네 그림은 온통 초록색이구나,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초록색 크레용을 없앤다 손가락이 파랗다 시금치를 없애면 들판은 아무것도 아니다

 

   얼띤感想文

    詩 한 수 잡고 오랫동안 읽는 經驗 다들 있을 것이다. 를 읽지 않으면 나는 오늘 일을 못 한다거나 어떤 오기가 발동이 되어 화장실 드나들 듯 자주 펼쳐본 그 詩集 그렇게 읽으면 어떤 는 거의 외우다시피 해서 어떤 문구 다음에는 뭐가 나오는지 웃음처럼 밀려 나올 때도 있다. 하나의 말 작난인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시금치에 관한 는 다른 詩人의 시편詩篇에서도 간혹 있다마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문혜진의 시금치 편지일 게다. 다시 한번 읽는다면, 아래와 같다.

 

    -나는 올리브 당신은 뽀빠이 우리는 언제나 언밸런스, 당신은 시금치를 좋아하고 나는 먹지 않는 시금치를 요리하죠 그래서 당신께 시금치 편지를 씁니다 내가 보낸 편지엔 시금치가 들어 있어요 내가 보낸 시금치엔 불 냄새도 없고 그냥 시금치랄 밖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지요 끓는 물에서 금방 건져낸 부추도 아니고 흙을 툭툭 털어낸 파도 아니고 돌로 쪼아낸 봉숭아 이파리도 아니고 숭숭 썰어서 겉절인 배춧잎도 아니에요 이것은 자명한 시금치 편지일 뿐이지요 당신은 이 편지를 받고 시금치 스파게티를 먹으며 좋아라 면발 쫙쫙 당기겠지만 나는 동네 공터에서 개똥을 밟아가며 당신을 위해 시금치 씨를 뿌리고 있답니다 시금치가 자라면 댕강댕강 목을 베어버리겠어요! 그때.....다시 쓰지요-

    =문혜진 시 시금치 편지전문

 

    젊음만 좋아하는 당신, 하지만 나는 젊어지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래서 당신께 편지합니다. 내가 보낸 편지엔 마음이 있어요. 그 어떤 것도 아닌 오로지 내 마음을 당신께 드려요, 이 편지를 받는 당신은 나의 마음을 삐딱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은 다른 마음의 스파게티만 먹는군요, 나는 오르지 당신을 향한 마음뿐이며 개똥을 밟으면서도 젊음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정말 나의 모습을 찾을 땐 그때 당신의 목을 댕강댕강 잘라 버리겠어요. 그때 다시 쓰지요.

    여기서 시금치는 시금치처럼 파릇파릇한 젊음과 그 마음을 提喩詩語.

    詩人 조말선의 에서 시금치는 아직 미완성의 단계 시초와 저 끝에서 완벽한 提喩한다. 한 편의 를 쓰기 위해서 어떤 작업이 진행되는지 볼 수 있다. 마치 시금치를 솎듯이 들판을 솎는다. 들판은 또 무엇인가? 말하자면 시금치를 키우고 어떻게 요리한 건지 분해하고 뜯어보는 곳 마치 습작의 노트에 힐난하게 피 터지게 난도질한 의 피의 현장이겠다.

    여기서 詩人의 의욕적인 쓰기를 잠깐이나 들여다보면, 들판을 솎고 들판의 목을 잡아 올리고 시금치를 잡으면서 들판을 뿌리째 뽑고 눈에 흙이 튈 정도로 들판이 찡그리는 더나가 아예 들판을 뿌리째 뽑는 거까지 물론 서두 부문 잠깐 인용하여 썼지만, 점점 는 진행할수록 그 고뇌가 보인다.

    들판은 비리다 갓 뽑힌 들판은 생선의 아가미처럼 팔딱거린다. 다 해체한 피의 현장은 비리다. 거기서 살아난 또 다른 이종과 물론 시해한 것도 끝끝내 시금치를 잡으며 살아 움직이는 어떤 전쟁을 볼 수 있다. 생선의 아가미처럼 팔딱거린다. 도마 위에 마지막 숨을 단칼에 날려도 끔뻑거리며 올려다보는 눈망울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횟집을 경영한다면 도마와 도다리쯤 어떤 가 나오지 않을까, 도다리와 시금치의 어떤 이종 간의 배합과 성교 그리고 또 다른 어떤 형질의

    詩의 순수성純粹性에서 발동한 詩人의 마음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가령 나는 젓가락을 들고 푸른 식탁을 집으려고 해 본다 이건 창의적創意的인 발상이 아니다 들판은 왜 질려 있나 식탁은 왜 들판을 베끼나요 대목이다. 푸른 식탁은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순수작품이다. 들판이 질려 있는 이유는 혹여 도살한 시해에서 건져나간 시어쯤이라도 있을까 봐 뒤에 나오는 식탁은 푸른 식탁과는 구별된다. ‘푸른이란 시금치에 좀 더 가까이 아니 완벽한 시금치의 이행이다.

    ‘파랗기만 하다 파랗게 흔들리려고 0이 되지 않으려고 들판은 1111’ 요 표현도 참 재밌다. 시해한 현장은 끝까지 목숨 부지하며 그 마지막까지 의무를 다하는 모습이지만 실은 詩人에 대한 노력이다. 0이 되는 건 없어지는 것 죽음의 세계며 1111은 쪼삣쪼삣 오른 사고다. 그러니까 시해한 의 잔재다. 그러면 왜 1이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넷인가? 그건 기승전결의 시의 전개 곳곳마다 그 짜임새를 확인하며 들여다보는 일이겠다.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초록색 크레용을 없앤다. 여기서 크레용은 해체한 시를 提喩詩語며 그 의 맛을 다 보았니까 내 얼굴을 칠한 크레용은 없애도 되겠다. 그러므로 입술을 꽉 다물고 만다. 시금치를 없애면 들판은 아무것도 아니다. 를 썼어 올리면 여태껏 작업한 현장은 필요 없다.

    詩 感想했다. 참 어렵다. 이 어려운 말놀이를 뜯다 보면 한 편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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