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은행을 조심하라 /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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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회 작성일 22-07-19 10:40본문
물고기 은행을 조심하라 / 정재학
은행 직원에게 그동안 정성스레 키운 물고기들을 주었다. 은행 직원은 언제 알을 깔지 알 수 없으나 예정대로라면 십 년 뒤에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 했다. 은행 직원 바로 뒤에는 파돗소리가 들리는 파란 우체통이 있었고 내 물고기들을 한 마리씩 넣었다. 잡초들은 흙이 조금만 있어도 자라나듯 바다가 마르지 않을 테니 물고기는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얼마 후 곳곳에서 바다가 오염되어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는 은행 직원에게 내 물고기들을 달라고 했으나 이미 영해를 떠났고 배타적경제수역마저 벗어났다고 했다. 날이 갈수록 바다의 폐경기(閉經期)가 짙어졌다. 나는 물고기들에게 편지를 써서 은행 직원에게 주었으나 “이 편지는 전달되지 않을 테지만 시도는 해볼게요”라며 물이 넘치는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주었다. 편지는 바로 찢어질 만큼 젖었다.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지만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고객님의 물고기들은 분명 안전할 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했다. 며칠 후 은행은 커피 전문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띤感想文
詩가 비유比喩를 많이 든다고 해서 좋은 詩가 아니다. 물론 위 詩는 어떤 사실을 그대로 써놓은 건 아니다. 약간의 比喩를 들었다. 은행 직원이라는 그리고 바다와 물고기, 우체통 저 끝에는 커피 전문점까지 말이다.
世上을 살다 보면 나는 바르게 살 거고 어떤 유혹誘惑에 빠지지 않을 거 같은 수렁에 이웃처럼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신종 사기 같은 현혹眩惑에 말이다. 모두 욕심이 낳은 잃은 발목들이다. 물론 신종 사기 같은 일이 아니라도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몰입沒入하여 그간 벌었던 많은 자본을 잃기도 한다. 매번 뉴스에 오른 영끌은 이를 대변한다. 이 글을 쓰는 筆者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이었다. 비트코인과 관련한 다단계였다. 뉴스에도 오를 정도의 ‘렌벨’과 또 모 시티 그 외 수도 없다. 울산의 모 씨는 상가빌딩을 담보擔保로 대출하여 몇 억이나 투자投資했다. 한 달 승부에 몇 억을 더 챙겨보겠다는 의욕적意慾的인 마음으로 그 물고기를 바다로 흘려보냈다. 그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깨닫는 데는 단 몇 주도 걸리지 않았다. 영원히 ‘안녕히 계세요’ 영원히 더 멀리 헤엄쳐 갔다. 모 씨는 소송을 하겠다며 발 동동 구르며 난리를 쳤고 도시가 떠나갈 정도로 누비며 다녔지만 그 사건의 전말顚末은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며 검정 제복은 망치로 휘둘렀다. 참 어처구니없는 사건事件이었다.
歲月이 흘러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늘 있는 일이다. 어느 동네 모 씨뿐만 아니라 내 주위 곳곳 도사리고 있다. 정말 실재實在와 금리金利 그리고 경제經濟의 전반적全般的인 사고와 냉철한 판단이 앞서야 하지만, 간혹 어리석은 굿일에 휘말리곤 하는 우리였다. 그렇다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 번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면 다시는 그런 일은 없어야겠다.
차라리 커피 전문점에 가 커피 한 잔 마시며 詩 한 수 읽는 일, 이것으로 치자면 평생 써도 못 쓸 물고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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