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나눅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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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2-07-19 19:34본문
북극의 나눅 / 나희덕
나눅, 이라는 사람을 아세요? 그는 지혜롭고 잘 웃는 사람이었지요 얼음 속에서 해마나 바다표범, 여우를 능숙하게 잡았고 이글루도 한 시간이면 만들었어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 했지요 백인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뛰어난 생존 감각을 지닌 그는 카메라 앞에서 제법 그럴듯한 연기를 해 보였어요 밤에는 플라어티의 오두막에서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지요 그는 총을 사용할 줄 알았지만 칼과 작살로 사냥을 했어요 에스키모다운 원시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그가 좋아하는 고기는 바다표범 가장 따뜻하고 영양분이 많은 고기였지요 잡은 자리에서 가죽을 벗겨내고 생고기를 베어 가족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었어요 손과 입가에 번지는 붉은 피, 날고기를 먹는 야만인, 에스키모라는 말은 그렇게 해서 생겨났지요 이누이트족은 에스키모라는 말을 싫어했다고 해요 인간이라는 뜻의 이누이트, 스스로 그렇게 불렀고 그렇게 불리길 원했어요 눈썰매를 끄는 개들이 말썽을 부리면 사나운 개들의 싸움을 말릴 수 있는 것도 나눅뿐이었어요 식량이 떨어지면 개들은 서로에게 이빨을 박으며 으르렁거렸지요 그들은 말했어요 나눅은 사슴을 잡으러 갔다가 굶어죽었다고 그런데 나눅은 영화 덕분에 유명한 모피 광고모델이 되었다가 결핵으로 죽었다고 해요 북극의 얼음 위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 끝내 돌아오지 못함으로써 백 년 후에도 이따금 화면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사람, 나눅에게 문명인이란 어떤 존재였을까요 카메라와 필름을 가져와 자신을 찍어대는 사람들을 나눅은 아주 친절하게 대했지요 그들은 얼음 위에서 너무 약한 존재들이었으니까요
얼띤感想文
정말 춥고 단단한 것이 뭔지 알아야겠다. 인간의 그 냉랭함과 굳은 마음에서 돌이킬 수 없는 행로行路에서 말이다. 이누이트족의 한 인간 나눅만의 일은 아니겠다.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여명의 새벽길에서 갖은 쓰레기와 음식물을 수거하는 사람, 아침 일찍 일어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 먹으며 굳은 어깨를 펴기 위해 한 시간 남짓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인간, 생명을 담보로 생명의 소중함을 얘기하며 곗돈을 모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늘도 저리 부은 발 딛고 종일 서 있으며 손님 시중을 드는 사람이 있을 거고 마냥 젊은 사람처럼 여전히 학생을 위해 매년 발표되는 논문을 편집하고 자리를 지키며 있는 사람도 있다.
사회 각계각층各界各層에서 자리를 빛내는 사람이다.
이 詩에서 가장 중요한 문구는 ‘북극의 얼음 위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다. 그 냉랭함 속에서 孤獨한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그들은 얼음 위에서 너무 약한 存在들이었음을 시인은 말한다. 世界는 얼음만 얼음만이 아닐 게다. 얼음 같은 벽,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것들 가슴에 꿈 가득 얹어놓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하여 詩人은 일깨우고 있다. 무엇이 우리의 固定觀念을 쥐고 있는 것인가! 언뜻 이순신 장군이 스쳐 지나간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까마득한 적진의 군영에 무작정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순신은 임금 선조가 까마득한 북극의 얼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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