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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경유지에서 / 채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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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7회 작성일 22-07-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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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지에서 / 채윤희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던 한 끈 열릴 때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얼띤感想文

   햇반을 먹으며 / 崇烏

    비닐봉지로 꾹 쌓인 햇반을 기획사에서 본다 하얀색을 좋아하는 나는 편의점 선반 대에 누워 있다 한때 젊음의 전유물이었다는 햇반, 눈썹은 얼핏 노인의 형상을 하고 있다 포만의 땅은 숭늉 한 사발 전쟁터에 철모를 끌고 간다는 능선 달린 골짜기는 없다 까마귀 도지다가 염불이 죽는다 밥풀떼기가 엊저녁을 붙들고 모래가 버스럭거린다 식탁을 흔들다가 아예 면상을 후려치는 알아먹을 수 없는 김-가루 잿빛을 좋아하는 나는 과지의 본거지를 툭툭 튼다 탄생에 가까운 것은 오직 붉게 타는 노을이라며 두레박은 더욱 나를 밀어 올리고 테두리 두른 장화가 갗을 조인다 뿌리에 대한 해동은 데울 수밖에 없는 전자레인지에 놓여 있다 좁쌀 속 세밀한 개미는 읽을 수 없지만 몇 분의 그 안락함이었고 다른 손에 이르러 허기의 표상이었다 생존하지 않던 한 끼 열릴 때 그 봉지, 갸륵한 햇반이 가져다준 갈망은 이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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