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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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22-07-20 17:17본문
아빠들 / 서효인
이제 아이의 아빠가 된 처제의 남편에게 호주산 소고기를 사주었다 산후조리원 앞 프랜차이즈 식당 나는 그를 여태 무엇이라 불러야 할는지 모른다 전화번호도 없다 게으르다 무지몽매하고 남반구의 소가 우리 둘보단 쓸모 있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이 우리 둘보단 유용할 것이다 둘은 소와 양처럼 어색해 고기를 많이 먹는다 처제는 며칠 한우 미역국을 많이 먹는다 그는 암소가 새끼를 낳는 장면을 이야기한다 하필 소를 먹으며 이런 점이 둘을 어색하게 한다 지나치게 시골에서 온 사람 시드니랑 안 어울리는 사람 그의 시골이 우리 처제를 끝내 괴롭힐 것 같다 나의 시골이 처제의 언니에게 그러고 있다 둘의 시골 북반구의 시골 소 키우는 시골 아빠가 되면 더 비굴해지고 더 약아빠지고 더 고기를 찾게 되고 더 악해질 것이다 짐짓 소를 사주는 사람으로서의 충고와 예언 화염과 분노 고기가 탄다 귀한 것이 탄다 이제 아이의 아빠가 된 처제의 남편에게서 계산서를 뺏고 어엿한 아저씨답게 계산대 앞에서 연극적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먼나라에서 온 소를 그르륵 뱉어내고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나와 산후조리원 면회실로 간다 나는 이걸 지금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동서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소처럼 웃는다 투명한 유리벽 안에서 그를 닮은 송아지가 아비의 쓸모를 찾아 감긴 눈 안의 눈을 굴리고 있었다
얼띤感想文
詩 쓰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음을 위 詩를 읽으면 대충 알 수 있다. 한 편의 日記지만, 詩로 승화昇華시켜 놓는 작업이야말로 詩人의 할 일이다. 요즘 나온 詩集을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이유가 또 여기에 있는 것 같다. 詩가 보다 더 독자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어떤 몸짓 같은 게 보이므로, 물론 어렵게 쓰는 詩人도 있다. 文學의 깊이는 엄연히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위 詩에서 보면, 詩人은 처제의 남편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른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사실 詩 끝에 보면 동서라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진짜 몰라서 독백獨白 처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詩에서 사용한 詩語를 보면 소고기, 산후조리원, 프랜차이즈, 전화번호, 무지몽매, 쓸모, 미역국, 어색하거나, 안 어울리는, 시골, 처제, 북반구, 남반구, 화염과 분노, 충고와 예언, 뒷바라지, 긁적이고, 소처럼, 유리벽 안, 아비, 눈은 모두 詩的 用語다. 詩의 不在와 그 認識이다.
끝 문장 하나만 보면, 그를 닮은 송아지가 아비의 쓸모를 찾아 감긴 눈 안의 눈을 굴리고 있었다. 참 재밌는 表現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이 詩를 읽으며 감긴 눈 안의 눈을 굴리고 있는 셈, 사실 대번에 눈 뜨며 눈 알 굴리는 사람도 있음을 말이다.
오늘도 프랜차이즈에서 산 멋진 소고기를 씹으며 산후조리원 앞에 앉은 筆者, 남반구南半球의 소떼를 보고 있다. 북반구北半球의 뒷머리는 다만 따갑다. 투명透明한 유리벽 같은 한 장을 어떻게 몰면 저 감긴 하얀 철장 안에 안전하게 몰아넣을 수 있는지 말이다.
詩 잘 感想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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