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주의보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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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2-07-27 07:57본문
분홍 주의보 / 김경주
자다가 깨어나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 같아 / 자주 찬물에 샤월 한다 / 침팬지가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웃고 있는 것은 / 공포를 표현하는 것이라는데 / 술자리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늘 그 말이 생각난다 / 그런 날 나는 너무 자주 웃었거나 / 화장실에서 오줌 누고 돌아온 후 / 방금 자지를 주물럭거렸던 손으로 / 여자의 두 손을 꼭 잡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꼬락서니다
마침내 복서의 입에서 마우스피스가 툭 떨어진다 하-
그보다 마일드한 담배.
끝까지 가보지 않아도 좋았을 / 지루한 12라운드를 다 지켜본 기분이랄까 / 심판이 승자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려주지 않고 다가가서 선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 “자넨 자네 삶과 밀월을 즐기는 것 같군그래.” / 챔피언이 그를 보며 침팬지처럼 헐떡거려준다 / 그런 그로테스크한 직무 유기가 있나 / 관중들의 유미주의가 술잔을 내던졌다
저녁에 찾아오는 술자리 /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자리는 원래 늑대 사냥터였다고 하는데
독수리가 이유 없이 양봉을 습격했다는 다큐가 자꾸 떠오른다
얼띤感想文
詩題가 ‘분홍 주의보’다. 분홍은 하얀색도 아니고 붉은색도 아닌, 그렇다고 검정도 아닌 어중간한 색상이다. 詩에서 자주 쓰는 색상은 몇 가지가 있다. 색상별로 해서 치환은유置換隱喩로 다른 사물을 빗대어 많이 쓰기도 한다. 색상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인은 ‘보라의 바깥’이라는 시제로 시를 썼다. 그러니까 시제 ‘분홍 주의보’는 詩의 認識과 不在의 그 중간쯤을 묘사한다고 보면 된다.
詩는 총 6연으로 구성한다. 각 연마다 이미지 전환이 뚜렷하지만, 모두 시를 묘사한다. 그 과정은 시인의 하루 일기처럼 보이기는 하나 분명 시다.
詩 1연을 보면 자다가 깨거나 찬물에 샤워, 침팬지가 이빨을 드러내 보이거나 웃는 술자리에서 돌아오는 날, 화장실에서 오줌 누고 돌아온 후 자지를 씻고 여자의 두 손을 꼭 잡는 인생 모두 詩의 內面的 描寫와 外面的 詩에 대한 認識을 描寫한다.
詩 2연은 詩 認識 不在의 極端的 狀況의 描寫다. 詩를 뜯는 자 그 복서와 詩와 대결對決 속에서 결국, 마우스피스를 뱉고 마는 선수다.
詩 3연은 그보다 마일드한 담배-부드럽게 읽히며 아니면 그냥 그렇게 끼워 맞춰보는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는
詩 4연은 시의 시작과 끝의 진행상황과 묘사다. 詩는 모두 비유라는 점, 유미주의唯美主義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이를 추구하는 문예 사조. 19세기 후반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나타났으며, 페이터, 보들레르, 와일드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詩 5연은 루브르 박물관이 깨지지 않는 어떤 전통성의 보금자리를 대변한다면 늑대는 詩의 認識 不在를 대변한다. 詩의 낯설기로 외국 박물관 이름을 삽입揷入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연은 독수리가 나온다. 물론 독수리 또한 앞의 늑대와 같은 부류다. 하나가 바닥을 딛는 동물이라면 하나는 조류다. 하늘의 족속族屬이다. 양봉을 습격했다는 말은 詩의 解體 즉 認識을 描寫한다고 보면 된다. 즉 시를 읽고 꿀맛을 보았으며 시를 하나 낚아 올린 셈이다.
詩의 全體的인 內容은 가벼운 일기다. 階段式 글쓰기 그 轉換點을 적절히 이용하여 詩로 맺는 技術이 탁월卓越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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