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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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 심보선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죽으면 나는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도 양심도 없이 짖기를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네발짐승의 곁으로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인간 형제들과 함께 있다 기분 좋은 일은 수천수만 개의 따뜻한 맨발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에 나의 눈동자에 쿵쿵쿵 혈색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나는 왔다 태어나기 전부터 들려온 기침 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닌다는 인간에게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심장을 최단거리로 잇는 것은? 직선? 아니다! 인간과 인간은 도리 없이 도리 없이 끌어안는다 사랑의 수학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온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을 잉태한다 두 개의 별로 광활한 별자리를 짓는다 신은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인기이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無에서 無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얼띤感想文
詩가 차분히 읽힌다. 詩集 속의 詩를 우리가 읽는다면 그 시는 한 인간의 형태로 되살아 나는 것이며 詩集 속 詩를 다 읽은 후 닫으면 개의 형태와 비슷하게 놓인다. 마치 집에 애완견愛玩犬처럼 네발짐승의 곁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 네발짐승은 人間이다. 책을 읽는 자는 곧 인간이다. 뭐 이런 槪念이다.
여기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은 역시 描寫다.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讀書를 묘사한 문구다. 기침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하나는 인간을 하나는 사물을 빗대어 본 描寫다. 인간과 詩다. 그리고 그 읽는 과정은 살아 있으므로 두 개의 심장이며 그것을 잇는 것은 直線이 아니라 그냥 도리없이 끌어안는다는 詩人의 말,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오는 행위는 亦是 詩를 잉태孕胎하기 위한 작업임을 두 개의 별자리를 믹스 그러니까 믹스의 槪念을 넘어 새로운 創造, 피조물被造物로 해야 맞을까 그래 맞다. 被造物이다. 神이 여러 도형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듯이 詩도 여러 詩語 그러니까 어디서 긁어모았든지 간에 하나의 被造物을 만든 셈이니까,
지금 여기, 잠시 머물며 感想을 했으니 간이역簡易驛에 머문 셈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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