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드 마크 / 황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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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회 작성일 22-07-28 15:20본문
스키드 마크 / 황종권
우리는 눈썹이 짙은 사람을 찾아갑니다. 밤이 충분히 짙어지도록 묻지 않는 것이 우리의 질주. 질주였으므로 다만, 사 차선에서 일 차선으로 혀들이 갈라지는 것을 본능이라 여겼습니다. 바퀴가 불타고 있습니다. 우리는 왠지 감정적이지만 아무도 무릎을 커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눈썹이 짙은 사람을 찾기 위한 질주. 광폭타이어가 어떨까요. 누군가 도로를 덮는 안개처럼 흐느꼈지만 답하지 않는 것도 질주였으므로 질주. 어둡도록 흐느끼는 도로에서 누군가 다시 마른 혀를 내밀었습니다. 이렇게 어두운데 눈썹이 짙은 사람을 알아보기는 할까요.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 것이 우리의 질주. 다만, 질주였으므로 입속이 타들어 가도록 고함만 질렀습니다. 죽은 타이어에는 꽃을 심기 적절합니까. 죽도록 달리면 오롯하게 피어나는 겁니까. 우리는 질주하는 관 속에서 눈썹이 짙은 사람과 키스를 나누고 질주. 그러니까 질주는 우리를 멈추게 하는.
얼띤感想文
열십자 / 崇烏
일자로 달린다 무작정 달린다 지정된 목적지처럼 거침없이 달린다 달린다 페달 한 짝 없는 자전거가 달린다 달린다 자전거처럼 달린다 온전한 자전거가 따라붙는다 달린다 온전한 자전거가 앞질러 간다 두 동태, 네 동태가 된다 달린다 자전거처럼 달리다가 덤프트럭이 달린다 달린다 덤프트럭처럼 달린다 브레이크 없는 덤프트럭처럼 달린다 무작정 달린다 이 악물고 달린다 온전한 트럭이 따라붙다가 앞질러 간다 어두운 길목 어느 돌부리 가릴 것 없이 나팔처럼 달린다 입구는 생각지 않고 항문처럼 열십자 길 한복판에서 주저하지 않고 달린다 신의 손, 검은 차가 달린다 ‘짐승을 우리 안에 가두는 거보다 슬픈 일은 없지’* 달린다 일방도로 나비처럼, 달린다 표지판 하나 없는 막다른 길, 달린다 이리저리 살펴도 실종자처럼 달린다 뚝 떨어져 나온 뻘밭에서 송곳처럼 달린다 달린다 흐린 날도 맑은 날도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번개 치고 천둥소리도 달린다 내조처럼 달린다 팡파르도 없이 달린다 열십자 한복판에서 오로지 밑바닥으로 줄곧 달린다
*영화 분노의 질주 영화 대사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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