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깃꼬깃 /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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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2-07-28 17:16본문
꼬깃꼬깃 / 이재훈
뒷주머니에 접어 넣은 낡은 지갑. 가방 속에 넣어둔 쓰다만 시. 여행 가방 깊숙이 넣어둔 수영복. 딸아이에게 못 전해준 미안하다는 말. 경조사 봉투에서 넣었다 빼는 오만 원 한 장. 안주 없이 생맥주만 시켜도 되는 단골 노포. 두근거리는 이에게 보내다 만 문자메시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반 토막 난 주식. 우편함에서 몰래 꺼낸 세금 미납 고지서. 서랍 깊숙이 넣어둔 우울증 처방약.
어쩌면 이 세계의 전부인 꼬깃꼬깃
― 계간 《시마(詩魔)》 제11호(2022.03)
얼띤感想文
마음에 구김살을 주는 것들이다. 世代 구분 없이 구김살 같은 고민거리는 다 있겠다. 그런 거 보면 詩가 안 나올 수 없겠다. 마음은 새 지갑紙匣 하나 장만하고 싶고, 쓰다만 詩는 완성하고 싶고, 여행 가방 깊숙이 넣어둔 수영복 거저 편하게 꺼내 입고 수영도 하고 싶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못 전해준 말 한마디도 慶弔事 封套에 거저 시원하게 챙길 수 있는 그 한 장과 안주라도 좀 있으면 어때 마음 넉넉히 보고 싶은 이 불러서 한 잔 하는 거 말이다. 아내 몰래 넣어둔 株式은 또 어떻고, 좀 오르면 얼마나 좋아, 우체통은 뭐가 왔나 싶어 겁이 난다. 稅金은 아무 걱정 없이 納付하고 우울증 없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世上 말이다.
現代人의 表象이다. 그 한 마디 ‘꼬깃꼬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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