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카분 낭 / 박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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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회 작성일 22-07-29 22:45본문
불카분 낭 / 박신규
오래전 화형당한 숯덩이 신낭 / 팽나무 옆구리에서 숨비소리가 났다 / 폐허의 허파에 터지는 숨 / 내생이 이승을 어루만지는 손길로 / 반쪽이 어두운 반쪽을 껴안고 초록으로 솟구친다 / 죽음이 시신을 껴안고 통곡할 때 / 태워진 몸은 스스로 있는 존재처럼 일어난다 / 시나이산 떨기나무처럼 다시 불사른다 / 바다에 피를 씻고 걸어나온 불 / 죽어서도 몸살 난 가슴 풀어헤쳐 / 너븐숭이 애기무덤에 젖 물리는 혼불들 / 도틀굴 열고 다랑쉬굴 뚫고 나와 / 검붉은 바람 앞에 심지를 세우는 횃불들 / 눈감지 못한 수만 눈동자들은 하나둘 / 선흘리로 와서 천년수(千年樹)이파리로 맺힌다 / 학살로 물살로 끝낼 수 없는 것이 있다 / 한번 죽은 것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 다시 죽일 수 없다, / 인간도 신도 / 또다시 죽을 수는 없어서 / 타오른다, 피어린 채 / 피어난다
얼띤感想文
몇 년 전이었다. 한 십 년쯤 됐나 모르겠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무작정 읽기 시작한 것 중 하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였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단 며칠 만에 읽었고 그가 쓴 책은 죄다 사다 읽었다.
그 속에 든 내용이다. 태평양 이스터 섬 이야기다. 석상 모아이가 새워졌던 배경과 지금은 벌거숭이가 된 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부족 간의 전쟁과 우열 다툼 그리고 좁은 섬을 떠나고 싶은 섬 주민의 희망 사항이 모아이였다. 마치 지구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역사였다. 사실 지구를 떠나 우주 그 어디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곳은 현재까지 아무 곳도 없다는 것 그것은 한편의 모아이였다.
제주 4.3 사건의 뒷배경을 노래한 詩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일제의 패망 이후 반란을 일으킨 남조선로동당 무장대와 미. 군정·국군·경찰이 충돌하였고, 그 이후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우익 무장 단체들의 백색 테러를, 북한의 남침 위협을 이유로 이승만 정부와 미 군정이 묵인하였다.
토벌 기간, 낮에는 국군과 경찰이 마을을 장악하고, 밤에는 인민 유격대와 좌익 세력들이 장악하기를 반복했다. 밤에는 인민 유격대나 좌익들이 나타나서 마을 주민들이 괴뢰군과 경찰에 붙어먹었다며 죽이고, 낮에는 국군과 경찰이 나타나 의심스러운 징후가 있는 민간인들을 처형했다.
1945년 이후부터 종전 전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주도는 미. 군정의 실정과 사상 최악의 지속적 흉년에 시달렸다. 그야말로 제주도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봐도 무방했을 때, 4·3이라는 명칭은 1948년 4월 3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소요사태에서 유래하였다.
詩題 ‘불카분낭’은 불에 타버린 나무를 뜻하는 선흘리의 후박나무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600년 이상 넘게 살아가고 있다. 제주 4.3 사건에서도 말이다.
詩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불카분낭과 詩的 描寫로 잘 어우러진 수작이다. 여기서 묘사부분만 다시 타자하며 인상을 기워본다. 폐허의 허파에 터지는 숨, 반쪽이 어두운 반쪽을 껴안고 초록으로 솟구친다, 시나이산 떨기나무처럼 다시 불사른다, 너븐숭이 애기무덤에 젖 물리는 혼불들, 학살로 물살로 끝낼 수 없는 것이 있다, 타오른다, 피어린 채,
시나이산은 구약 성경의 출애굽기에 나오는 산.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따라 가나안의 땅으로 들어가려고 머물렀던 곳으로 모세가 이곳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는 마치 신나처럼 소리 隱喩로 듣긴다.
떨기나무는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 무궁화, 진달래, 앵두나무 따위이다. 그러니까 詩의 원줄기에서 퍼져 가는 시의 生産性을 얘기한다.
詩 한 수 정말 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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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네이버 지식창고-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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