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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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회 작성일 22-07-29 23:44본문
봄 / 송찬호
이 적막한 계절의 국경을 넘어가자고 산비둘기 날아와 구욱 국 울어대는 봄날,
산등성이 헛개나무들도 금연 구역을 슬금슬금 내려와 담배 한 대씩 태우고 돌아가는 무료한 한낮.
그대가 오면 차를 마시려고 받아온 골짜기 약숫물도 한번 크게 뜨거워졌다가 맹숭하니 식어가는 오후,
멀리 동구가 내다보이는 마당가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도 작년 이맘때보다 허리가 나빠져, 나도 이제는 들어가 쉬어야 하는 더 늦은 오후,
어디서 또 봄이 전복됐는가 보다
노곤하니 각시멧노랑나비 한 마리,
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얼띤感想文
詩人 송찬호 先生의 詩集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에 실린 시 한 수다. 시집 출간 한 지 10년이 넘은 책이다. 지금 읽어도 그렇게 낡아 보이지 않는다. 참 재밌다. 시적 개념으로 ‘봄’을 두고 시적 묘사로 쓴 시다.
이 詩의 妙味는 끝에 있다.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마치 경운기 몰고 넘어가는 듯하지만, 또 어쩌면 자위 같은 이 말이 우습다. 글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그렇지 싶다. 글 쓰는 자체가 자위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예전, 詩 공부할 때였다. 아마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다. 詩人 김종길 先生의 詩 ‘춘니’, 지금은 잊혀 가는 詩지만, 이 詩 또한 이미지 하나는 끝내주는 詩였다.
춘니 / 김종길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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