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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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0회 작성일 22-07-30 10:53본문
함박눈 / 김이듬
눈이 와, 여긴 함박눈이야 네 목소리를 듣고 별안간 난 한 번도 함박눈을 맞아보지 못한 걸 알았어 평범한 기쁨을 떠나 있는 것 같아 엄청난 사태로부터도 늙은 시인에게서 사랑 없는 일생을 살았다는 말을 들을 때처럼 싱거운 얘기지 눈을 감고 눈을 상상해 폭설이 난무하는 언덕에 서 있어 두 팔을 벌려야 해 입을 쫙 벌린 채 눈덩이를 받아먹어 함박눈은 솜사탕만 할 거야 네게 한 번이라도 함박눈이 되었으면 좋겠어 눈발이 거세지고 조금씩 나는 파묻혀가고 있어 난 하얀 구릉이 되어 솜사탕처럼 녹아가네 눈은 죽은 비라고 루쉰이 그랬나? 네 얼굴에 내가 내리면 코가 찡하겠니? 나를 연신 핥으며 달콤해 아 달콤해 속삭일 거니? 나를 베개 하고 나를 안겠지 우린 잠시 젖은 후 흘러갈 거야 너무 싱거운 같아 망설인다면 삽으로 떠서 길가로 던지겠지
얼띤感想文
시인은 중국의 작가 루쉰의 작품 ‘눈’을 읽고 쓴 것 같다. 루쉰의 작품 서두와 끝만 옮겨본다면,
남방의 비는 차갑고 단단하고 찬란한 눈꽃으로 변하는 일이 절대 없다. 식자들은 남방의 비가 단조롭다고 생각하는데 비 자신도 그것을 불행으로 여기는지 어떤지, 강남의 눈은 그래도 촉촉하고 윤기가 돌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것은 아직 눈뜨지 않은 청춘의 소식이며, 건강한 처녀의 살결이다. 눈 덮인 들에는 핏빛의 붉은 동백이며, 흰빛에 푸르름이 감도는 외겹 매화며, 경쇠 모양의 진노랑 새양꽃이 있고, 눈 밑에는 아직도 파랗게 언 잡초들이 있다. 나비는 분명 없었다. 꿀벌이 동백꽃과 매화꽃의 꿀을 따러 왔었는지 아닌지, 나는 확실히 기억할 수 없다. 단지 나의 눈앞에는 겨울꽃이 핀 눈 덮인 들판에 바쁘게 날아다니는 수많은 벌들이 보이는 듯, 시끄럽게 붕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中間省略]
그러나 북방의 눈송이는 펄펄 날리고 난 후 마치 분가루나 모래알처럼 언제까지나 결코 뭉쳐지지 않는다. 지붕 위에, 땅 위에, 마른 풀 위 어디에 떨어져도 그렇다. 지붕 위에 내린 눈은 사람들이 땐 불의 열기로 일찌감치 녹아버린다. 다른 것들은 맑은 하늘 아래 갑자기 회오리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일제히 춤추듯 날아오면서, 햇빛 속에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마치 화염을 감싸 안은 거대한 안개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올라 하늘 가득 메운다. 하늘도 맴돌면서 날아오르며 반짝거린다.
끝없는 광야에, 차디찬 하늘의 지붕 아래, 반짝거리면서 빙글빙글 날아오르는 비의 정령…….
그렇다, 그것은 고독의 눈이며, 죽어버린 비이며, 비의 정령인 것을.
물론 중간 부분은 넣지 않았지만, 남방과 북방의 대조적 글쓰기란 점에 착안하여 서두와 결미를 옮겨본다. 남방은 이상향의 세계다. 그러나 남방을 이해하지 못한 부재의 면을 묘사한 북방의 세계는 뭉쳐지지 않는 눈, 눈송이일 뿐 차디찬 고독의 눈만 가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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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눈_루쉰(魯迅)|작성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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