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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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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역류 /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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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7회 작성일 22-07-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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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 / 신철규

 


물고기를 닮은 식당 주인의 손은 미끈거리고 축축했다 / 넌 표정만 봐도 다 알아 / 피부 위에 감정이 흐르는 사람 / 전류처럼 지나가는 저것 / 감정이 표정 속에 은근히 떠오를 때 더운 증기를 씌운 물수건이 얼굴에 덮여오는 것을 느낀다 / 하나의 빗방울에 대해 생각한다 / 처음 돋아날 땐 물고기알 같은 물방울이었다가 / 고무줄처럼 늘어진 선이 되었다가 / 툭툭 끊기는 면발 같은 선이었다가 / 마지막엔 다시 물방울이 되어 으깨지는 / 빽빽한 빗줄기 너머로 외눈박이 거인의 동공이 얼비친다 / 상대적으로 차갑기 때문에 어두워 보이는 것 / 상대적으로 어둡기 때문에 더 차가워 보이는 것 / 발 끝에 소름이 고인다 / 색이 짙다는 것은 색의 입자들이 촘촘하게 모여 있다는 것 / 어떤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색을 채울 수는 없다 /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색이 옅어진다 / 사색이 되어가는 것들 /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핏기 없는 얼굴 / 몸을 한껏 웅크리면 척추가 살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다 / 한껏 뒤틀면 우두두 실밥이 터지는 인형처럼 / 마음을 한껏 웅크리면 숨겨진 가시들이 튀어나올 것 같다 / 목구멍 속에 밧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다 / 글썽거리며 느린 피가 얼굴로 번져간다

 

   얼띤感想文

    詩를 많이 읽으면 대충 모양이 나온다. 그리고 이렇게 느낀다. 꼭 이렇게 써야 하나, 말하자면 의 형태 말이다. 그러면서도 니까, 이것도 문학의 한 장르며 지금 사는 우리의 모습이니까,

    글은 지나고 나면 기억의 한 장면이다. 결코 요령부득의 장광설이거나 경박한 유희의 산물이 아니라 체험과 기억의 한 자락임을 그렇게 읽고 싶다. 시제 역류다.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역류라 한다. 여기서는 바닥에서 위로 어쩌든지 간에 시적 사고를 끌어내는 역할 같은 것이다.

    바닥은 늘 물고기였다. 시인의 세계에서는 미끈거리는 손맛을 우리도 맛보고 있고 우리의 내면을 훤히 꿰뚫어 보는 그 안목까지도 갖췄다. 가벼운 종이 한 장이라지만 감정이 흐르고 그것은 마치 전류처럼 말이다. 상대의 그 눈빛을 보며 암묵적으로 즐기는 징 채 같은 저 필체만이 은근히 떠오를 뿐이다. 그러면 화끈거리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순식간에 덮어 오는 글쓰기 그것은 하나의 물방울이었다.

    간혹 끊기는 면발 같은 것은 있어도 다시 으깨지는 감정의 표현, 빽빽한 빗줄기를 이내 동공으로 밀어 넣는 손놀림과 그러면서도 차갑게 느끼는 이 순간은 또 뭘까 차가워서 더 차갑고 어두워지므로 더 어두운 이 순간 이 골목에서 더욱 차갑게 느끼는 엉덩이, 발 끝이 소름이 돋는 건 너의 흔적을 따라간 이 발치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믿는다.

    점점 짙어지는 화색에 풍선처럼 불어오는 허묘 같은 것,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이 입을, 속리산 어느 여행길에서 애를 낳았다는 그 복사-집 아주머니의 따님이 생각난다. 가가 십 대였었지 아마, 마음을 한껏 웅크리며 숨겨진 말들을 보면, 팔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마치 화덕에 필요한 땔감 하나씩 장만하는 그 장작용 말이다.

    도끼는 저렇게 시뻘겋게 벌리고만 있고 머리는 들어 밀며 들여다보고 있었으니까 하나씩 뽑혀나가는 라면발 같은 모근에 위안을 느끼는 건 다만, 솟대를 쥐고 흔든 저 아궁이만은 아닐 것이다.

    글썽거리며 느린 피가 아주 느리게 오르는 일은 여기만도 아닌 것을, 여기는 새가 바라본 세상, 테이블 위 맑은 커피 한 잔이 역류처럼 오른다. 이 공간에서 물고기들이 유유히 흐르는 이 소름 돋는 물고기 창고에서 감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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