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피아노 / 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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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회 작성일 22-07-31 18:43본문
핑크피아노 / 성동혁
저 노을 누가 버려둔 수술대인가
바늘을 갈아 끼우며
가끔은 사람을 갈아 끼우며
능선으로 네가 왔다
밀려나는 반역자처럼
밀려나다 밀려나다 물이 된 파도처럼
우린 그저 침착하게 밀려왔구나
괜찮냐고 물었지만
누구도 괜찮은 게 뭔지는 몰랐다
보호자란 말은 원죄 같아서
일렁이는 손목을 털며 가라앉는 사람들은 모두
예수 같았다 모두가 나 대신 죽으러 온 사람들 같았다
저물고 있었다 피복이 벗겨진 구름이
이마 위로 쏟아졌다 거즈를 감아도
자꾸자꾸 쏟아졌다 자꾸자꾸 괜찮냐고 물었다
얼띤感想文
우린 詩를 써야 하는데 日記를 쓰는 경우가 있다. 詩를 읽으면 저절로 반성하는 자리가 된다. 시적 사고를 갖는다는 건 참 어렵다. 객관적이면서도 공통적인 어떤 대안을 만든다는 것 혹여 만들어도 시를 읽으면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그러고 보면, 돌은 완벽한 것으로 이행하는 마지막 절차의 결과물이지만, 쉽게 만들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 시에서, 나와 당신과의 관계다. 당신은 시적 사고의 부재를 둔 독자며 나는 이 시 속 고정불변의 형체다. 당신을 묘사한 말들이 참 많다. 노을이며 수술대며 사람을 넣기도 하고 반역자와 파도 보호자이면서도 손목 그리고 피복이 벗겨진 구름이다. 시를 인식하지 못한 어떤 형체에 대한 묘사다.
자꾸 괜찮냐고 문 것은 나다. 그러니까 이해하느냐며 묻게 된다. 그러나 누구도 괜찮은 게 뭔지는 몰랐다. 일렁이는 손목을 털며 가라앉는 사람들은 독자다. 시인 처지로 보면 모두 예수 같다. 이 詩集을 산 고객이니까, 시집을 열어보고 있으니 다시 살아 움직이는 혼이며 저기 읽고 간 사람은 나도 죽음을 맞고 당신도 죽음의 행진에 가담하게 된다.
피복이 벗겨진 구름이 즉 혼이 나 쪽으로 쏟아졌다. 당신은 나를 읽었으므로 오늘 밤은 당산을 넘어 저 너른 백모지白母紙에 가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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