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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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회 작성일 22-08-01 18:08본문
한 방울 / 조말선
국기는 펄럭이고 펄럭여 국가에 도달했나요 당신을 안았으니 당신에게 도달했나요 뺨이 홀쭉해지도록 빨았으니 한 방울도 남김 없나요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은 한 사람입니다 거리의 꽃은 화분을 치울 때까지 필 것입니다 셀 수 없이 피는 팬지는 한 통입니다 셀 수 없이 피는 마가렛은 한 통입니다 아직 춥나요? 거리의 봄은 나란히 놓인 화분이 시작합니다 배가 부르니 사랑이 작습니다 좁은 집에는 좁은 눈이 내렸습니다 국기는 헤엄치고 헤엄쳐서 육지에 도달했나요 열두 시에 도착해서 열두 시를 만났나요 나무가 컴컴한 나뭇잎 속에서 백방을 모색합니다 뺨이 홀쭉해지도록 빨았더니 한 방울입니다 변비에 걸린 항문이 벌게지듯이 벌게질 대로 벌게진 노을 속으로 해가 빠지듯이 형식이 필요한가요 들어오는 문과 나오는 문이 필요한가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나갔나요 나를 안았으니 나에게 도달했나요 목이 꺾이도록 마셨으니 한 방울도 남김 없나요 국기는 펄럭이고 펄럭여 찢어졌나요 거리의 꽃은 화분을 놓자마자 핍니다
얼띤感想文
詩人 조말선 先生의 詩만 보더라도 평상시 詩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한 방울, 무엇이든지 시에 맥을 두고 시와 더불어 사는 삶, 그리고 모든 문장이 시와 연관해서 이것이 시맥으로 통하는지 분간하는 식별능력까지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사용한 詩語, 국기는 시를 제유한 시어다. 이 이하 모든 시어가 시와 연관돼 있으며 시어의 본 뜻과 시의 성질과 맞춰보면 얼추 그럴싸하게 풀린다. 가령 뺨이 홀쭉해지도록 빨았으니 한 방울도 남김 없나요, 종이 한 장에 씌어진 시 한 수 그 한 방울, 그 시작은 어떻고 그 결말은 어떻게 끝나는지 분간 서지 않는다면 내 글를 적는 것도 어렵겠다.
거리의 꽃은 讀者의 눈빛이겠다. 화분은 이 시 속의 시 한 방울을 제유한 것이며 팬지는 한 방울에서 피는 또 다른 이종의 꽃이다. 마가렛은 종이를 제유했다면 아직 춥다고 물어보는 것은 시 해체와 이해의 온도 차이를 되짚어보는 길이겠다.
열두 시에 도착해서 열두 시를 만나는 시간적時間的 개념槪念일 수도 있지만, 바늘이 함께한 너와 나의 만남의 개념이며 나무가 컴컴한 나뭇잎 속 백방을 모색하는 건 고정불변 체인 시 특성을 살린 나무와 가변적인 독자의 마음인 나뭇잎으로 은유한 세계를 모색한다.
항문은 詩 사고의 결과물의 출구를 제유한 시어며 노을은 詩 착상을, 해는 詩를 제유한 詩語겠다. 마지막 결구 거리의 꽃은 독자의 사고를 제유提喩하며 화분은 시집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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