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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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 최정례
사람들이 뛰고 있었다. 나도 뛸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가요? 모르겠는데요. 남들이 줄 끝에 서기에 나도 섰어요. 무슨 줄인가요? 잘 몰라요. 얼마나 기다리게 될까요? 글쎄요. 몇몇 여자들이 뭔가를 들고 가면서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90%라고 하지요? 왜 그렇게 한 대요? 모르겠어요. 저는 처음인데요. 몇 시간 기다렸어요? 무작정 서 있었어요. 오가는 말들의 저 끝에서 누군가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나를 안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다. 지난번 만났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네요.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이 누군인지, 무안할 정도로 그는 나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기다릴 거예요? 그냥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무엇인데요? 글쎄, 기다려봐야 알 것 같아요. 그의 이름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누구에게 손을 흔들었던가 싶었다. 그때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왜요? 끝났어요? 300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네요. 무엇이었는데요? 앞쪽에서 누군가 물었다. 코끼리 삼겹살 아니었나요?
얼띤感想文
이 詩를 읽고 얼핏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공자의 말씀이다.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시삼백 일언이폐지 왈사무사)" 공자가 시경을 刪定(산정)한 후에 하신 말씀이다. 산정刪定은 쓸데없는 글자나 구절을 깎고 다듬어서 글을 잘 정리함. 종이가 없던 옛날에 대나무 쪽 따위에 글씨를 써서 책을 만들었던 데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에도 이러한데 요즘은 어떨까 싶다.
나 또한 목표를 세웠다. 詩 삼백 수 정도 감상하겠다는 얼토당토 안 하지만, 목표가 있어야 공부가 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感想文으로 여러 권 책을 냈지만, 다시 또 상사병도 감염병도 아닌 것이 어느 날부터 도지게 되었다.
별자리에 오른 詩人을 죽 세워두면 그 줄 맨 끝에라도 서게 된다면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겠다.
이 詩에서 중요하게 와닿는 詩語는 90%라는 말과 300명까지 그리고 코끼리 삼겹살이 유별나게 떠오른다. 90%라는 詩의 純粹性을 말하는 건 아닐까, 300명이라면 詩人 300인 정도 파악했더라면 하는 그런 말로 다가온다. 그러면 코끼리 삼겹살은 뭔가? 장님 코끼리 만지듯 속담도 있다. 어느 일부분만 알면서도 마치 전체를 아는 것 같은, 그 무리다. 나는 결코 그 무리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다부진 마음을 가져야겠다. 그러면 삼겹살은 이도 저도 아닌 것 즉, 詩人을 표현한 것 같다. 詩의 앞뒤 정황을 보면 그렇게 읽힌다. 내가 詩를 잘못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詩 感想文 써겠다고 無酌定 詩人의 詩集에서 고른 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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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석촌님의 댓글

얼뜬 감상문2
300명이 90%라니 333.333333 명이 줄을 선
코끼리 형상의 하찮은(먹지도 못하는)삼겹살,
牛溲象勃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싶네요
숭오님의 insightful 한 감상문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崇烏님의 댓글

ㅎㅎ아닙니다. 선생님 시는 다의적이라
여러발상이 나와야한다고 봅니다.
넘 감사하네예....^^!
우수상발, 시를 더 멋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