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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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회 작성일 22-08-02 17:42본문
블랙아웃 / 이혜미
검은 날개 위로 초승달이 뚝뚝 떨어져 굳어가는 저녁, 서둘러 찍은 지문처럼 달이 반쯤 흐렸고 그것으로는 아무도 그의 신분을 증명해줄 수 없었어 소란한 꿈속에 숨어든 너는 나의 눈동자를 잠식하고, 흑자색 뿔을 가진 순록에게 나를 데리고 갔지 호흡을 멈추고 만져본 순록의 뿔, 그것이 나를 꿰뚫었어 관통된 순간 줄줄 흘러나오는 내 속의 어둠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침식되어갔는데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나의 독(毒)들을 주워담아.......너는 멀어져가네.....
눈먼 새가 동족의 뼈를 물어다 만든 둥지처럼 이 밤 가득 검은 꽃잎투성이였어 언제나 어둠만을 응시하는 저 새들이 일제히 달을 바라보는 이런 밤에는 달에도 이렇게 검은 꽃잎들이 하나둘 쌓이고 있을까 저 가련한 달이 흘린 촛농들 좀 봐 차갑게 녹아 흐르던, 잠시 다녀간 시선이었지만 오래 지워지지 않았지
얼띤感想文
詩題 블랙아웃은 갑자기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안 그래도 멍한데 더욱 멍한 어떤 그런 상태다. 이 詩의 內容은 누가 그러니까 讀者겠다. 내 詩를 읽으려고 詩를 아는 사람에게 보였는데 그는 읽었다는 內容이 첫 연에 제시한다. 그러나 그 讀者는 멀어져 갔다.
두 번째 연은 아직 미 등단의 어느 작가가 마치 둥지를 만들 듯 詩를 解體하며 지새운 밤의 흔적을 누가 또 보고 있는 이런 마당에 詩人들도 이렇게 詩를 解體하며 읽는 것일까 되묻지만, 시 다 뜯긴 마당에 이러한 마당을 보고 간 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場面이었다.
검은 날개와 눈동자는 詩를 提喩하며 초승달과 어둠은 讀者를 提喩한다. 초승달은 완벽한 달이 아니라는 점, 서둘러 찍은 지문은 讀者의 筆寫한 痕迹을 隱喩한 文句다.
눈먼 새와 어둠 그리고 새는 讀者를 提喩하며 달은 理想鄕이며 꽃잎과 촛농은 그 달의 痕迹 즉 詩의 破片 같은 것이겠다. 특히 촛농은 꽃잎이 변이 한 어떤 形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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