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奇談)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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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회 작성일 22-08-02 17:50본문
기담(奇談) / 김경주
지도를 태운다 / 묻혀 있던 지점은 / 모두, 어디로 / 흘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토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 다시 흘릴 수 있는 피가 있다
얼띤感想文
詩集은 詩人에게는 좋은 교재나 다름이 없다. 글을 좀 쓸 줄 아는 이는 조사의 적절한 쓰임과 명사의 대체 동사의 활용을 마치 반죽처럼 주무른다.
가령 詩人 박세랑의 시집 속 문장이다. 심장에 피어싱을 뚫어버리고 발목을 휘감던 치마와 구두끈을 잘라버리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라고요. 꽤 현란하고 뭔가 섬뜩한 데가 있지만, 머리 확 깨는 맛을 준다. 심장 같은 詩에 코 꿴 감동으로 끊은 발목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던 시, 말의 꼬리를 잘라버리고 대충 뭐 쓴 시초를 얘기한다.
詩人 김경주 詩 1연을 보면, 지도를 태운다. 지도는 어디로 인도할 수 있는 작용과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모르는 반작용을 논한다. 시는 이미 태어난 존재지만, 이게 누구에게 읽히게 되면 태몽 같은 것으로 가슴을 애태우는 存在가 되어버린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시의 주체며 내 무덤이냐고 도로 묻는다.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토하는 인형은 詩를 읽고 변이한 어떤 한 형태겠다. 말하자면 돌연변이다. 그것은 다시 지면에 닿아 누군가에는 태몽으로 또 천천히 어디론가 갈 것이다. 지상은 지면을 제유한 詩語다.
亦是, 人間에게만 存在하는 이 遊戱的 글 놀이는 바로 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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