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서사 / 김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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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회 작성일 22-08-04 13:33본문
검은 서사 / 김유태
키우던 짐승은 소식을 듣자 뼈가 굽은 채로 얼어붙었다 도굴을 피하려 먼 오래전 목구멍으로 삼켜 숨겨둔 놈이 나의 정오를 노려본다 추락사로 추정된다는 루시의 마지막이 견고딕체 부제로 적힌 신문지 위로 늙은 개가 검은 오줌을 지리면 먹구름이 번지고 간파되지 말았어야 할 음모의 서사가 느닷없이 누설되었다 채굴된 뼈는 먼 세계의 계절에 갇혔다 왼손의 세 번째 관절을 꺾으며 착지 후 부서져 버린 인간의 뼛소리 같은 전생의 음가를 추궁하는 밤에 짐승은 뒤척이고 우리는 얼지 않는 바다에 눕지 못한 채 꿈틀거렸다
당신과 나는 사실 만난 적이 있다
여기엔 탈출구가 없고 유기된 인물과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웃는 태양만이 있다 슬픈 서사와 으깨진 원(圓)의 그믐이 있다 나의 호흡이 묻은 살은 먼지가 되어버렸고 머리카락에는 시취가 뼈마디 어딘가에 무늬를 남겼다 당신의 처음과 마지막을 모르는 짐승아 나는 슬퍼서 다시 울었다 잇몸만 남은 개가 동굴에 갇힌 짐승의 눈으로 제 안의 공(空)을 쳐다본다
얼띤感想文
詩人의 詩集 속 아무거나 하나 고른 詩, 검은 서사다. 검게 써놓은 사실을 약간 비유로 쓴 글 같은 것이겠다. 詩 內容은 시인이 쓴 詩가 오랫동안 누설하지 않고 가려고 했으나 신문에 보도된 것과 이러한 내용은 어느 선생의 귀에 닿게 된 게 아닌가 하는 내용으로 읽힌다. 이 글은 세 번의 교정(세 번째 관절을 꺾으며)이 있었고 이러한 작업은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는 내용을 단정한다.
얼지 않은 바다에 눕지 못한 채 꿈틀거렸다는 말이 이를 대변하며, 늙은 개가 검은 오줌을 지리면 먹구름이 번지고 간파되지 말았어야 할 음모의 서사가 느닷없이 누설된 것은 詩 認識을 말한다.
詩의 世界는 언제나 당신과 나는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비유의 문장이 다양하지 않음으로 늘 그 세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이색적인 언어라지만 물론 그 세계에 진입하면 그게 그것 같고 그게 또 그것이다.
한번 가두어 놓은 문장은 오로지 숨 쉴 수 없는 공간임은 틀림없다. 다만 태양의 굽은 손길만 기다리며 그간 먼지만 폴폴 날리는 일은 여사다. 머리카락은 보통 시를 제유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인칭대명사처럼 닿기도 하는 문장이다. 시취는 역시 시인이 쓴 문장(뼈마디)의 어떤 다른 이색적으로 변이한 어떤 작용이 반작용으로 남은 저 무늬가 아닌가 하는, 그러므로 시의 인식 부재를 대변한다. 잇몸만 남은 개가 동굴에 갇힌 짐승의 눈으로 제 안의 공을 쳐다본다. 무언의 장이 거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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