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이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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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회 작성일 22-08-05 21:41본문
서시
=이응준
첫눈에 나의 사랑임을 알아차리는 것, 이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 죽음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친구의 편지와 함께 당도할 그날에도 문명은 투박하여 한 소년이 두고두고 어른이 된 탓에 이 세계는 이해할 수 없어야만 하는 쪽으로 시큰둥, 휘어져 있다. 아직도 소녀인 것만 같은 어느 여인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사랑은, 사랑은 깊은 만큼 아주 멀리에서 여전히 아프고 슬프리니 잊을 수 없어서 너는 오로지 죽음과 죽음에 관한 모든 것들과 투쟁하라.
첫눈에 나의 너를 알아차리는 것, 그 검은 바다 앞에서도 이제 소년은 뒤돌아서지 않는다.
얼띤感想文
그래서 詩人은 詩를 아주 어렵게 쓰는가 보다. 빨리 인식되어 버린다면 일찍 덮어버리니까, 詩를 대하는 마음은 여기 詩人께서 하신 말씀처럼 뒤돌아서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들어온 길 그 검은 바다 앞에 서서 어느 쪽에서 밀려오든 어느 파도의 칼날이든 당당히 맞서 대해야겠다. 어쩌면 이 고독을 잠시 베어가는 길이겠다. 어쩌면 소년 같은 이 마음을 더욱 노인으로 인도하며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겠다. 그러나 행복한 길이다. 두고두고 후회 없는 아카시아 같은 어쩌면 마늘 같은 첫눈에 안기는 것은 없어도 그래도 발가벗고 서는 저 별자리 앞에서 시원히 갈증을 해소하는 일 죽음이 죽음을 어깨동무하듯이 사랑은 그렇게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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