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의 속사정 / 황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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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9회 작성일 22-08-05 22:10본문
편식의 속사정
=황성희
어머니께서 밥 속에 모래를 한 숟가락 넣는다. 잔디도 한 줌, 나무뿌리도 몇 개, 조개껍데기도 약간, 그 위로 날계란 하나를 깨트리고, 양파를 다져 넣고, 마지막으로 침을 뱉는다. 그것이 내가 먹을 밥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는 어머니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마당을 굴러다니는 마른 개똥을 집어드리기까지 했으니까. 어머니가 그 밥을 내 앞에 내려놓으셨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앞에 밥그릇을 놓는 것까지가 식사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 앞에 놓여야만 더 사실적일 거라고, 그것이 두고 두고 회자될 이 식사의 명장면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머니께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 손에 쥐여주시며 골고루, 꼭꼭 씹어 먹으라고 하셨을 때, 그것이 놀란 내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끝나는 이 식사의 엔딩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 밥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이 식사의 끝은 내가 원할 때 오는 게 아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상상 대신 나는 젓가락으로 모래알부터 골라 내기 시작했다. 기어코 맨밥을 먹을 작정이었다. 이것이 내가 어머니께 보여드릴 수 있는 식욕의 전부다. 그러니 제발 내가 편식을 한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주길.
얼띤感想文
여기서 어머니는 나를 일깨우는 存在다. 詩의 客體다. 主體는 내가 지어놓은 한 술 밥이다. 그것이 무엇으로 지어놓은 건지는 몰라도 말이다. 맨밥은 흰 종이를 제유한다.
시가 처음 시작 부분이 눈에 확 띈다. 우리가 먹는 밥에 모래를 한 숟가락 끼얹었으니까 침까지 개똥까지 들먹인 시인이다. 잠이 확 깬다. 명장면이다.
정말 시는 상상 대신 젓가락으로 모래알부터 골라내기 시작할 때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얼굴을 다시 끌어당겨보며 기어코 맨밥을 먹을 수 있는 편식을 넘어 초식이 있는 그 시간까지
내 앞에 밥그릇을 놓아두는 자세, 그리고 식사의 일부 식사처럼 치타 하며 그 새끼를 몰아 죽이듯 타자하는 사자의 눈빛으로 이 모든 것을 기어코 당기는 우리는 그것을 무엇이라고 하는가!
잘 感想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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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곳에서 숭오님 혼자 즐기시는 줄은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오늘시는 참 어메이징하고 판타스틱하고 그리고 놀라도록 흥미진진 햇습니다
더불어 숭오님의 감상평도 쫄깃쫄깃 하면서도 사자의 눈빛 같은 예리함이 넘쳤습니다
참 재밌는 시와 감상평이었습니다~~~^^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감사합니다. 누님^^!
주말입니다. 틈만 나면
앉아 무작위입니다. 아무거나
한 수 읽고 그냥 마음 놓고요.
멋진 주말 보내시길요, 구름 한점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