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뼈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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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회 작성일 22-08-06 18:24본문
바람의 뼈
=윤의섭
바람결 한가운데서 적요의 염기서열은 재배치된다 어떤 뼈가 박혀 있길래 저리 미친 피리인가 들꽃의 음은 천 갈래로 비산한다 돌의 비명은 꼬리뼈쯤에서 새어 나온다 현수막을 찢으면서는 처음 듣는 母語를 내뱉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음역은 그러니까 눈에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후에는 공중에 뼈를 묻을지라도 후미진 골목에 입을 댄 채 쓰러지더라도 저 각골의 역사에 인간의 사랑이 속해 있다 그러니까 모든 뼈마디가 부서지더라도 가닿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열은 생각처럼 슬픈 일은 아니다
하루 종일 풍경은 바람의 뼈를 분다 來世에는 언젠가 잠잠해지겠지만 한없이 스산하여 망연하여 그리움이라든지 애달픔이라든지 그런 음계에 이르면 오히려 내 뼈가 깎이고 말겠지만 한 사람의 귓불을 스쳐오는 소리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음성을 전해주는 바람 소리
그대와 나 사이에 인간의 말을 웅얼거리며 가로놓인 뼈의 소리 저것은 가장 아픈 악기다 온몸에 구멍 아닌 구멍이 뚫린 채 떠나가거나 속이 텅 비어야 가득해지는
얼띤感想文
詩人 윤의섭 先生의 詩 詩題 ‘바람의 뼈’를 感想한다. 여기서 바람은 시의 객체며 뼈는 시의 주체다. 소유격 조사에 눈 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독자가 희망하는 어떤 뼈 같은 말씀이다. 시는 다의적이라서 읽는 자의 마음에 따라 움직임으로 그 본연의 뜻과 다르게 재배치되는 것은 당연하겠다. 그러므로 적요의 염기서열은 재배치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여기서 적요는 시를 제유한 시어다.
피리를 부는 자는 독자다. 들꽃의 음과 그 성질이 같다. 돌의 비명은 바람이 들여다본 뼈며 어느 정도 읽을 때쯤은 그 끝에서나 새어 나올 수 있는 그러한 형질, 시인이 말한 염기서열이 좀 다른 이질적인 언어, 즉 모어로 말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음역은 시의 해체를 말하는 건데 표현이 재밌다. 이는 시 사랑임으로 슬픈 일은 아니고 최후는 공중에 뼈를 묻는 일이기에 시인으로서는 행복한 일이다. 각골의 역사에 인간의 사랑이 속해 있다는 말, 각골刻骨이든 각골脚骨이든 크게 상관은 없겠다.
하루 종일 풍경은 바람의 뼈를 분다. 지금은 열어보며 읽는 시이기에 그 풍경은 맞겠지만, 덮어버린다면 또 모를 일이다. 바람의 뼈는 먼지 폴폴 날리는 어느 구석이거나 누가 말하듯 라면냄비 받침대로 쓰는 일도 있겠다. 그러고보면 한 권의 시집이 가치가 있는 곳은 그 가치를 하겠지만 가치를 모르는 곳은 사실, 라면 냄비 받침대만도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한 권의 시집은 한 시인의 그리움이라든가 애달픔의 정도에 따라 뼈를 허공에 얼마나 묻느냐에 그 양, 허묘겠지만 그 음계가 수위를 넘는다면 이루는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므로 가장 아픈 악기며 온몸에 구멍 아닌 구멍으로 다 뚫은 채 떠나갔거나 속 텅 빈 그러나 가득한 마음 한 자락임을 말이다.
잘 感想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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