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삶 / 이장욱
페이지 정보
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2-08-06 19:07본문
극적인 삶
=이장욱
막이 내려올 때는 조용한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후의 해변이나 노인의 뒷모습 또는 혼자 깨어난 새벽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말의 눈을 찌르는 소년이었다. 요한의 목을 원하는 살로메였고 숲을 헤매는 빨치산이었다. 세일즈맨이 되어 핀 조명이 떨어지는 무대에서 독백을 여러분, 인생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코가 큰 시라노는 여전히 편지를 쓰고 빨간 모자를 쓴 늑대는 밤마다 문을 두드리고 맥베스는 예언에 따라 죽어가는 것 추억에 잠겨 혁명을 회고하는 자들은 이미 혁명의 적이 된 자들이지.
겨울 다음에는 가을이 오고 가을 다음에는 영구 미제 살인 사건이 시작된다. 우리는 결국 바냐 아저씨처럼 쓸쓸할 거예요. 고도를 기다리며 영원히 벌판을 떠돌겠지요. 자책하는 햄릿과 함께 드라마틱한 삶이란 출장 일과 두 시간짜리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인데 카라마조프는 검은 피와 택하신 자들이라는 뜻인데 인형의 집에서는 드디어 노라가 뛰쳐나오고 에쿠우스의 주인공은 자신의 눈을 찌르며 외친다. 머리가 열 개인 말들이여, 눈이 백 개인 말들이여, 반인반마의 신들이여!
붉은 막이 등 뒤로 내려오자 나는 배꼽에 두 손을 모으고 깊이 몸을 숙여 인사를 했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객석의 어둠 속에서 모자를 깊이 눌러쓴 살인자가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22년 봄호
얼띤感想文
아! 시 참 잘 썼다는 생각 한 줄 남겨놓고 감상한다. 이 시에서는 생소한 외국의 인명과 성경의 인명 그리고 다른 무엇이 있지만, 이 시를 읽는 데는 무리가 없다. 약간의 반성의 기미가 있어 보이는 듯한 시이기도 하지만, 이는 또 우리를 대변한 말씀이다. 한 편의 시를 두고 그러니까 시인께서는 ‘말의 눈’이라고 은유해 두었지만 누구나 그 눈을 찌르는 소년이 아닌가 하는 말로 말이다.
요한의 목을 원하는 살로메 문장 벽 일깨운 어머니처럼, 숲을 헤매는 빨치산처럼 드나든 문장 골, 세일즈맨이 되어 핀 조명이 무대에서 독백을 무엇을 팔로 온 것도 아닌데 조명은 그렇게 오고, 사실 영혼을 장악하러 온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
시라노는 소리 은유다. 시라노의 코가 사실 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애착을 놓고 보는 문장임을 비유한다. 빨간 모자를 쓴 늑대는 밤마다 문을 두드리는 것 역시 이질적인 어떤 존재의 발걸음이겠다. 여기서 맥베스는 시를 제유한 시어며 독자의 예언에 따라 읽혀지는 것이 또 시의 운명,
추억에 잠겨 혁명을 회고하는 자들은 이미 혁명의 적이 된 자들이다. 맞는 말이다. 혁명을 회고하는 자 즉 시의 착상이겠다. 그러니까 혁명은 시를 상징한다. 이쪽과 저쪽을 가리키는 시를 말한다. 니가 쓴 시 내가 쓴 시다.
겨울 다음에는 가을이 오고 가을 다음에는 영구 미제 살인 사건이 시작된다. 영구 미제 살인 사건을 다른 말로 하면 여름이다. 그러나 여기선 문맥에 맞게 시제가 극적인 삶임으로 또 시 인식과 부재를 놓고 해체의 작업은 영구 미제 살인 사건으로 남는 일, 그러나 여기 벌여놓은 시체는 그 범인 명확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잘 모른다고 해도 시는 부연 설명을 해두었다. 카라마조프는 검은 피와 택하신 자들이라는 뜻 즉 시를 은유한 문구임을 그 뒤에 은유한 문장은 더 나열한다. 노라와 에쿠우스의 주인공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시는 머리가 열 개인 말들이며, 눈이 백 개인 말 들이다. 반인반마의 신들이다.
시인은 붉은 막이 등 뒤로 내려오자 배꼽에 두 손 얹어 몸 숙이며 인사를 했다. 관객은 박수를 보내고 그러나 객석의 어둠 속에서 깊이 눌러쓴 살인자가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자화자찬, 그러나 우리는 객석에 있는 자며 시를 읽는 독자로서 누구나 살인자임을 증언해 놓고 있다.
시 잘 감상했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