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에 맺힌 눈물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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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회 작성일 22-08-06 22:26본문
유리에 맺힌 눈물
=송유미
흰 눈이 내린다 점점 투명해지는 창이다 다음 창을 닦으면 또 한 장의 현란한 전광판의 메시지다 북북 팔이 아프게 문지르다 보면 쩍쩍 금이 간 살얼음판이다 꿈을 잘못 닦아온 세월 탓인가 닦을수록 첩첩의 안개 속에서 뼈만 앙상한 겨울나무 한 그루 높은 빌딩의 훅훅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 들으며 제 흔들리는 모습을 닦고 있다 유리의 뼛속까지 아프게 닦다 보면 유리에 알 수 없는 눈물이 또르르 맺힌다 유리의 몸속에 유리를 만드는 이슬이 살고 있었다니 흰 눈이 생각도 없이 펑펑 내린다 내 하얀 콧김 투명한 유리에 닿아 성에꽃을 피운다 누군가 손금이 아리도록 피 묻은 하늘을 닦고 있다
—송유미 시집,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푸른사상, 2011)
얼띤感想文
시 몇 편 감상하다 보면 시의 염기서열이 보인다. 그것은 어쩌면 자만 같은 것이겠다. 유리를 보면서 유리창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유리창과 베란다 사이 놓아둔 화분을 보면서 나의 파꽃은 언제 피어날까! 생각한 일이 있다. 파꽃이 아니라 앉은뱅이꽃이다.
시인들 세계에서는 제비꽃이라고도 하는, 차마 깨우지 못한 겨울나무 한 그루 이 시를 바라보고 있다.
거친 숨소리, 엄마의 숨, 뼛속까지 아프게 오면 우리는 실패를 한다. 이슬이 다정함을 통해 귓바퀴를 돌고 통증이 실패로 숨덩숨덩 가위질할 때 그때 오는 군홧발 소리 저 멀리 발배한 아르간의 발톱을 건져 올릴 때에 그 파꽃, 성에꽃 지우며 다가온 투명한 입김을 우리는 바라는 것이다.
너덜너덜한 병신이 아니라 둥-둥-둥- 울려오는 북소리 안으며 오는 숲의 고요를 신병처럼 바닥을 지울 때 하늘은 더욱 가깝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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