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뒤적이다 / 이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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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9회 작성일 22-08-08 21:10본문
내일을 뒤적이다
=이성률
사는 게 뭐 그렇지 싶을 때 버스를 타고 새천년장례식장에 갑니다. 가장 쓸쓸한 빈소를 찾아 살아온 날을 조문합니다. 처음 보는 영정 속의 그녀 마흔은 되어 보이게 웃습니다. 서로를 알아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저 웃음 덕에 환했을 단칸방 국화꽃 한 송이 건네고 듣는 그녀의 이야기 낯이 익습니다. 살아온 이야기 꼭 장막극이어야 할 까닭 없습니다. 살아 있는 일흔보다 넉넉한 얼굴로 요단강 건너고 싶은 그녀, 그녀 따라 수의 입혀 보낼 것 없는지 내일을 끔벅끔벅 뒤적입니다. 파리한 치마저고리에 까맣게 슬픔을 걸친 아홉 살의 누리, 누리에게 오래도록 외삼촌으로 있다왔습니다. 살아서 죽어 사는 날 많은 우린 유서 깊은 유가족입니다.
얼띤感想文
=사는 게 뭐 그렇다 싶을 땐 詩集 한 권 사다 보는 게 좋습니다. 가장 잘 맞다 싶은 글귀에 눈을 맞춰봅니다. 처음 보는 시라도 어쩌면 갈고닦은 흔적이 보여 웃습니다. 서로를 알아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저 웃음 덕에 환했을, 다름 아니라 시집 값은 톡톡 냈으니까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들을 자격은 있습니다. 살아온 이야기 꼭 긴 얘기로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살아서 일어 흔적이나마 남기고 싶은 이 넉넉함에 한 선은 족히 넘은 그녀, 그녀 따라 시초 한 권쯤은 보내고 싶은 내일을 자박자박 뒤적여 봅니다. 파리한 내 다스린 말 다루듯 글귀, 낮은 고리로 묶어 까맣게 놓아보며 오래도록 묵힌. 살아서 죽어 사는 날 많은 詩 우린 유서 깊은 유가족처럼 다시 만날 겁니다=
詩語는 반드시 곱씹어 보아야 한다. 다 이유가 있다. 가령, 버스, 새천년장례식장, 마흔, 단칸방, 국화꽃 한 송이, 장막극, 일흔, 요단강, 수의, 치마저고리, 아홉 살, 누리, 외삼촌, 유서, 유가족 모두 시적인 시어다. 詩人의 詩語 선택에 다시 歎服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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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아침 보았네요 이 시와 숭오님의 감상.
잠시 울컥해서 마음속에 고이는 살아 온 날들을 보게 되었네요 뒤적여 볼 가치도 없는 내일이, 늙어 추해져 가는 내일이 자꾸 앞을 가로 막네요~~~
그래도 오늘은 시를 읽고 시를 쓰며 시에 기대여 시를 끼니 삼아 식탁에 올려 봅니다
참으로 평온한 그냥 오롯이 나를 바라 볼 수 있는 그런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숭오님~~~^^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셨습니다. 마음 수양에 시만큼 더는 없는 듯합니다.
매일 이리 읽고 나름 느낀 것 써보네요. 많이 부족한
글인데...읽어 주셔 진심으로 감사해요..누님^^~~
한 며칠 지나면 이제 좀 선선해지겠지요...더위도 수그러들거예요...
건강챙기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