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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손가락선인장 / 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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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회 작성일 22-08-10 19:39

본문

손가락선인장

=정성원

 

장마가 시작되면 마르는 것을 생각해

비의 그림자가 버석거린다 냄새는 말캉하고

죽으면서 경쾌한 비

 

젖는 곳이 있다면 한쪽에선 증발하는 마음

 

공평한 방식으로 비가 내린다

비의 얼룩이 지워지면 백단이 핀다

오아시스로 가자 서로의 손가락을 깨물며 광활한 모래 언덕으로 가자

 

갈망은 처음부터 목이 마르는 목적을 가졌지

그것은 행선지를 방황하는 모래알갱이처럼 우리의 방황이 깊어진다는 말

등을 구부릴 때마다 굴곡진 생의 촉수를 달고

한 번도 내 편인 적 없는 너를 생각할래

 

백단 숲에 손가락이 핀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괜찮다는 표정으로 흔들린다

비의 내용을 기록하는 손가락이 버석거린다

 

    얼띤感想文

    시를 읽으면 하루가 평온하다. 아니, 하루가 버석거린다. 장마가 시작되면 마르는 것을 생각해, 비의 그림자가 버석거린다. 냄새는 말캉하다. 좋은 시는 못 쓰더라도 감상은 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기 저 내리는 장마처럼 마음의 오아시스 그 둘레를 키우며 손의 선인장을 하나씩 심으며 하나씩 가꾸는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아침, 주인장의 얼굴처럼 그렇게 창가에 앉아 햇빛을 보며 있어야겠다. 언젠가는 비의 그림자가 버석거리며 이로 백단은 오르고 다 타버린 도서관의 책처럼 갈빗대 하나씩 뽑아 늘겠다.

    죽으면서 경쾌한 비, 죽으면서도 경쾌한 뼈 같은 말씀을 고대 쇠 흰머리 깡깡 족의 부장품을 하나씩 캐내어 먹듯 온갖 고루한 짐승의 뼈를 달빛 가득한 소문에다가 걸고 싶다. 돌보다 더 단단하고 돌보다 더 혼절에 가까운 비명을 그 샤머니즘의 꿈속을 묻어 나르는 일 죽으면서도 경쾌한 비, 한 길 다만 한 길 위에 우주라는 것을 우리는 왜 몰랐을까!

    젓는 곳이 있다면 한쪽에선 증발하는 마음, 그랬다. 그렇게 폭 적신 하루가 있다면 뼈를 갈아 만든 이 흰 수레바퀴에는 안식으로 가득하다. 대지의 뿌리가 어떻게 뻗어 나가든 저 허물어져 가는 살덩이는 이 흰 수레바퀴의 개기일식이며 지나는 달무리임을 전자레인지에 넣은 햇반이 봉분을 이룬다.

    공평한 방식으로 비가 내린다. 저 대지를 한 땀 한 땀 새긴 쐐기문자의 주름을 잡고 주름을 펴고 구두를 집는 구두약을 만들고 한 뼈 중얼거림도 없이 이 집터에 빠삐루스보다 더욱 검은색에 가까운 한 남자를 집는다.

    비의 얼룩이 지워지면 백단이 핀다. 오아시스로 가자 서로의 손가락을 깨물며 광활한 모래 언덕으로 가자. 파도처럼 떠밀려오는 이 비의 얼룩들 연필로 꾹꾹 눌러쓴 고깔모자와 핏물 배인 저 어린것들의 팬지, 백단은 피어오른다.

    갈망은 처음부터 목이 마르는 목적을 가졌지. 그것은 행선지를 방황하는 모래알갱이처럼 우리의 방황이 깊어진다는 말, 어떤 집은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기 위해 지어진다고 했다. 갈망은 거기서부터다. 목적지는 알 수 없으나 떠나고 보는 이 돌 곽에 파묻혀 있는 신의 제물로 흰 낙타만 몰 것이 아니라 먼 훗날 아무도 기억 못 하는 풍장의 흔적으로 바람에 떠밀려 가는 구름을 모는 그 양치기 소년처럼 소왕국의 모래성으로 다만 종소리일지라도 그렇게 떠나고 싶다.

    등을 구부릴 때마다 굴곡진 생의 촉수를 달고, 한 번도 내 편읜 적 없는 너를 생각할래. 난쟁이의 하루는 가라 저 거대한 얼굴을 받아들이고 콧속 입김에 휘말려 들어간 이 끈적한 어둠에서 풀이 자라 눈사람이 잿빛 목소리로 들려주는 눈사람의 메아리처럼 웅숭깊은 밤의 영안실에서 안과 밖 그 출렁거리는 묘비를 보면서 어제 먹었던 고등어 생선을 다 발긴 그 후배를 떠올리면서 빈 밥그릇에 지장을 놓는다.

    백단 숲에 손가락이 핀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괜찮다는 표정으로 흔들린다. 비의 내용을 기록하는 손가락이 버석거린다. 고백하건대 책은 그대의 서까래 서까래에 걸어둔 다 마르지 않은 오리 알 북회귀선의 금지된 펭귄의 발자국 나는 읽으므로 폐허 한 자락이 덮이고 우물이 없는 이곳에서 한 방울의 허물로 부딪는 이 순간 무릎은 또 까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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