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코트 / 유희경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빈 코트 / 유희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2-08-11 11:14

본문

빈 코트

=유희경

 

 

    나의 벽에는 코트가 하나 걸려 있다 나는 저 코트의 주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은 내게 단추를 하나 채우도록 만들지만 침묵하는 나의 빈 코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겨울을 건너온 것일까 몇 번의 밤 몇 개의 느린 눈송이 차마 내려오지 못하던 그 겨울들의 이력 몇 장의 백지 몇 가닥의 마른 손끝 검은 나무들이 날린 잎사귀들의 두려움 기억한다 우리를 비틀거리게 하던 그림자 그림자의 사이 지나쳐버린 속도 배웅해야 했던 웃거나 웃지 못하고 떨어뜨린 딱딱한 이름들 잊지 않을 것이다 한쪽 주머니에서 찾아낸 식은 글자들 꺼내 읽어보려 했던 입술의 창백한 모양 그저 음악 같던 추위와 추위의 하얀 뼈 마침내 하나가 남고 남은 것 떠나려 할 때 어디에 남아 있는 것일까 우리는 벽에 걸린 채 비어 있는 나의 코트 채운 단추를 풀어보려던 작은 힘을 나는 놓쳐버린다 그리고 느린 눈은 아직도 떨어지고 있구나 일생을 다한 속도로 그것들은 공중에 남을 것이다 각오를 숨긴 사람들 지나간다 이곳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벽과 같은 것을 세운 적이 없으므로 어디에도 걸려 있지 않은 나의 빈 코트

 

    얼띤感想文

    지천명을 걷는 한 존재다. 내가 걸 수 없는 벽에 나는 몇 개의 코트를 걸려고 했던가! 한 세대를 두고 양쪽 세대에 양쪽 양말에 의해 나는 또 얼마나 휘둘리며 살았던가! 그러나 그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또 얼마나 다독이며 살았던가! 이 시를 읽으니 그런 생각이 지나간다. 지천명의 감정 용량은 너무 지나쳤거나 너무 작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저 어머니, 어머니의 간절한 입을 늘 무심코 듣는 아들이었다. 종일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뭘 그리 말씀이 많으신지 종일 중얼거리시는 어머님, 그저 자식이 바라는 대로 따라주시면 또 얼마나 좋은가! 죽음을 맞지 못해 이 지겨운 세상을 빨리 저버리지 못해 도로 안달이신 어머니였다. 내가 걸 수 없는 벽이었다.

    빈 재킷이 옷걸이에서 출렁거린다. 이 여름날 선풍기 바람에, 너울거린다. 저것은 또 어디론가 출정하라며 손짓과 눈짓이다. 그러면 또 일기가 나올 것이다. 시가 나올 것이다. 삶은 어쩌면 돌고도는 일, 어느 것이 먼저 죽든 돌려야 하는 이 몸뚱어리다. 푹푹 찌는 여름 오후 2시 모 총무님을 만나기로 했다. 화재보험을 건네고 사인을 받아야 하고, 기획사는 조금 늦게 가야 할 듯하다. 어제 넣은 보험은 기각되었다. 처리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침 출근, 내부자가 한 마디 건넨다. 아득하다. 어디서 무엇으로 또 이달 맞춰 가야 하나! 모 선생의 그린 그림 한 장이 이쪽을 바라고 웃고 있다. 웃는 얼굴들.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08
40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8-18
40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9-16
4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3-12
40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7-12
40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02
40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1 08-03
4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07
40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07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11
40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18
40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8-20
40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9-28
400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2 05-05
4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7-13
40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7-29
40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8-12
40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8-25
40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3-12
40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7-10
4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7-18
39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7-21
39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8-08
3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8-11
39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8-18
3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9-06
3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9-15
399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9-16
399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3-03
3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7-22
39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1 07-28
3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8-11
39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8-19
39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9-11
39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9-12
39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10-02
398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3-12
398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5-03
39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7-27
39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7-28
398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8-03
39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8-19
39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9-12
39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2-28
3976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5-28
39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7-29
39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03
39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04
39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11
39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8-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