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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얼굴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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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회 작성일 22-08-11 15:42

본문

진흙 얼굴

=송재학

 

 

    뎅그랗게 얼굴만 자꾸 진흙으로 빚어내는 조각가에겐 제 목을 잘라 얹어놓은 흰 접시가 있다 술과 고기는 창자를 지날 뿐 몸에는 여전히 부처가 있다라는 건 사막에서 떠도는 이야기이다 조각가의 목은 길어서 칼로 베기가 안성맞춤이지만 너무 자주 접시 위에 얹어졌다 전봇대가 직렬 연결에 열중한다면 조각가는 자신의 얼굴을 비춘 거울을 굽는 데 집중한다 앙다문 입 바로 안쪽의 동굴에 가득 찬 것이 모래라면, 뱉어낼 것이 아니라 모래로 쓰여지는 글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내 얼굴도 흩어지는 모래를 감싸고 여민 흔하디흔한 비닐봉지인 셈이다 금방 터져 내용물이 흘러나올 것을 알고 있는 듯 울음은 두 손을 끌어당겨 급한 것부터 가린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새겨지는 점토판, 얼굴

 

    얼띤感想文

    시제 진흙 얼굴을 본다. 뎅그랗다는 말은 홀로 우뚝 더러나 있는 것을 말한다. 첫 문장을 보면 흰 접시에 오른 조각가의 얼굴이 있다. 이미 다 빚어 놓은 얼굴이지만 시의 객체가 오면 다시 또 제자리에서 빚는 운동만 한다.

    술과 고기는 창자를 지날 뿐 몸에는 여전히 부처가 있다는 건 사막에서 떠도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시의 술(技術)과 고기(古基)는 속에 받아들일 뿐 시 속에는 여전히 부처 같은 진리가 있다는 건 문단에서 떠도는 이야기다.

    조각가의 목은 길어서 칼로 베기가 안성맞춤이지만 너무 자주 접시 위에 얹어졌다. 한 번 빚어놓은 시는 다의성을 띄므로 한 가지 색으로 해석하긴 어렵지만 역시 자주 오르내리는 글이다.

    전봇대가 직렬 연결에 열중한다면 조각가는 자신의 얼굴을 비춘 거울을 굽는 데 집중한다. 전봇대는 시의 객체다. 직렬 연결은 시 인식을 위한 시 해체를 말하는 것으로 구불구불과 곡선, 폐곡선과 반대된다. 그러니까 시 인식이 전자면 시 부재는 곡선과 폐곡선이 되겠다. 자신의 얼굴을 비춘 거울은 전봇대와 성질이 같다.

    앙다문 입 바로 안쪽의 동굴에 가득 찬 것이 모래라면, 뱉어낼 것이 아니라 모래로 쓰여지는 글자를 찾아야 한다, 말하자면 시를 읽고 화답을 보내 듯 그러한 얼굴을 빚는 일이야말로 시인이 할 일이겠다. 시를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어떤 추상적인 얘기를 할 뿐이다. 다만, 우리는 시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점토판 얼굴에서 새로움을 모색하는 것이겠다.

    그러니까 내 얼굴도 흩어지는 모래를 감싸고 여민 흔하디 흔한 비닐봉지인 셈이다. 이는 시의 주체 측 말이다. 자꾸 뜯겨나가는 몸체에서 그 몸체는 투명한 비닐봉지로 비유를 놓았다. 그러나 시는 돌과 같다. 우리 인간처럼 복제의 나날을 겪으면 늙음과는 다르듯이 즉, 유전자는 복제의 반복성에 텔로미어는 점차 희미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겠지만 말이다.

    금방 터져 내용물이 흘러나올 것을 알고 있는 듯 울음은 두 손을 끌어당겨 급한 것부터 가린다. 가리는 것은 시의 죽음이다. 두 손을 끌어당기는 건 왼쪽과 오른쪽의 날개 접는 흰 저고리겠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새겨지는 점토판, 얼굴. 담담히 받아들여야 할 시의 얼굴, 진흙으로 찰지게 빚은 점토판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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