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 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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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회 작성일 22-08-12 21:34본문
나를 찾아서*
=장이지
눈의 궁전이 있는 검은 페이지가 말소된다. 소리를 먹는 벌레가 하루를 살다 죽어도 적막이 된다. 적막이 짙어지면 가로등은 빛의 결계를 만들고 저마다 자기만의 하얀 방에 틀어박혀 고개를 푹 떨군다. 취한(醉漢)이 걸어온다. 봉분처럼 외투의 등이 불룩하다. 그 속에서 칭얼대던 아이는 잠들었다. 뜨내기의 서러운 눈이 잠든 혹에 잠시 가 닿는다. 고단한 발을 동동거리며 그는 열심히 구름을 만든다. 편의점의 빛을 등지고 지금 그는 흑인 영가보다도 검다. 마지막 담배를 태우고 죽지 않는 도시의 허름한 방으로 그는 돌아가리라. 지면에 붙어 날아가는 검은 허수아비......저만치, 매캐하게 멀어진다. 눈의 여왕의 썰매가 엇갈리듯 지나간다. 탈색된 시(詩)의 파편이 바람을 타고 하얗게 솟아오른다. 자, 집으로 가자. 깊은 골목에는 깊은 눈이 쌓인다. 죽은 쥐의 속에서 편지를 꺼내 밤의 회랑을 따라 가버린다. 북국의 흰 빛 속으로, 취한은 눈 맞은 그림자를 고쳐 입고 비틀거리며 간다. 자신의 구불구불한 내부로. 집으로 가자. 환등기가 돌아간다. 외투 속의 아이는 식물처럼 자라 어른이 되고, 어른은 다시 영원한 소년이 된다. 등신대의 거울 속에서 소년은 잉크가 번져 읽을 수 없게 된 편지를 받는다. 너는........(독순술[讀脣術]로 읽는 말소된 페이지)......나다. “나는 불행하다.”
*이 시에는 기형도 시 [백야],[진눈깨비] 및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의 변형된 이미지들이 사용되어 있다.
얼띤感想文
한 성의 군주였다 수만 개의 창을 대하는 반란이며 침묵의 새가 기억의 산을 넘어 고백의 언덕에 앉아 내려다보는 구름이었다 무엇으로도 다 덮을 수 없는 혓바닥 없는 유령의 모가지였다 이승에 나는 날갯짓 소리가 땅 딛고 하늘만 가르는, 아직 부여하지 않은 이름의 보금자리며 우주의 영양분을 당기는 행간의 현장이었다 그리하여 온전한 성체를 이루는 중심이었다 툰드라의 순록이여 보이지 않는 하얀 눈 속의 지의류만 찾는 하늘 향한 뿔이여 그러니까 까만모자가 본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어찌 보이지 않는 산을 다 말할 수 있으리까! 물아래 둥둥 떠 있는 저 고깔모자의 밑은 닿지 않은 바다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잠망경이었음을 물의 흐름을 관망하며 물의 질량을 측정하는 그러므로 삶의 잣대 위에 꼭짓점이었음을 어찌 보면 가데기 창에 앉은 진화의 쇠파리였다는 것을 결국 문장의 깔개 밑에 숨 죽어 살다 간 긴 꼬리 다 헌 갗이었다 갗의 썩은 냄새를 몰아 부화한 구더기 잔재였다 그러나 그것은 하늘 담은 호수였다 그 호숫가에 앉은 검은 수염이 묵정밭에다가 낙엽을 얹고 그 낙엽에 묻은 먼지를 하나씩 벗겨 내리기 시작한 오후 빗살 좋은 참빗은 더 선명한 머리에 이르러 가르마 놓인 눈의 살을 더 맑게 하였다 하지만, 까만 모자는 뱀의 꼭짓점에다가 잠망경이라도 달고 싶은 저녁, 수심 깊은 바다는 도무지 바깥을 볼 수 없었어 코끼리와 농게와 사자와 고래가 더는 지지 않는 달과 춤추는 묵정밭의 노래를 알고 싶었다 푸른 물결만 일렁이는 이곳은 오로지 새가 바라보는 세상일 뿐이었다 아! 새 난다 깜깜한 우주 점 하나 안 되는 콘크리트 바닥, 그 위에서 파닥거린다 양 지축에 응축된 물결에 질퍽거린다 쥐약 먹은 생쥐처럼 눈빛만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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