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악기 /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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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3회 작성일 22-08-13 07:37본문
불우 한 악 기 / 허수경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초라한 남녀는
술 취해 비 맞고 섰구나
여자가 남자 팔에 기대 노래하는데
비에 젖은 세간의 노래여
모든 악기는 자신의 불우를 다해
노래하는 것
이곳에서 차를 타면
일금 이천 원으로 당도할 수 있는 왕릉은 있다네
왕릉 어느 한 켠에 그래, 저 초라를 벗은
젖은 알몸들이 김이 무럭무럭 나도록 엉겨붙어 무너지다가
문득 불쌍한 눈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
굴곡진 몸의 능선이 마음의 능선이 되어
왕릉 너머 어디 먼데를 먼저 가서
그림처럼 앉아 있지 않겠는가
결국 악기여
모든 노래하는 것들은 불우하고
또 좀 불우해서
불우의 지복을 누릴 터
끝내 희망은 먼 새처럼 꾸벅이며
어디 먼데를 저 먼저 가고 있구나
=====살다가 살다가 죽고 싶을때가 있었다. 그 지랄 맞은 가래질소리를 짓밟으며 광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리커버 한정판<20201212>, 그 너덜너덜한 길섶에 혼자 가는 먼 집이 있었다. 그녀를 만날 수 있었고 내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눈물이었다. 산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오롯이 그런 슬픔이었다.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콩트 시인님 여기서 뵈니까 넘 좋으네요.
시국이 또 시대는 어려운 길 걷는 듯합니다.
몸 건강 관리도 중요하지만, 마음 더욱 굳건히
해야겠지요. 시와 감상 넘 잘 읽고 마음 다잡아 봅니다.
콩트 시인님,
주말입니다. 과음 하신 건 아니시지요..ㅎ^^
주말 잘 보내시고요..감사합니다. 콩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곳은 제가 허기질때마다 까치발 세우고
뭐 끼니꺼리라도 있을까 하고 가끔 몰래 왔다가 사라지곤 했었는데
오늘은 죄송해서 잠시 머물다 갑니다.
저는 이 화려한 아침에 냉정과 열정의 ost를 밟으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길섶마다 어젯밤 아내가 뿌려둔 독약에 바퀴벌레 몇 마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인님께서도 주말 잘 보내시고요,
곁에 평안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늘 한결 같이 마음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숭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