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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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2-08-13 18:56본문
출렁
=이병률
리어카를 끌고 시장을 오시었다 화장을 곱게 하시었다 그리는 안 되어 보이지만 오십은 넘으셨겠다
장 볼 게 얼마나 많으면 리어카를 다 끌고 나왔을까 싶은데 리어카에 기대 서서 젊은 상인에게
파 한 단, 양파 한 망태기, 열무 세 단 그것 좀 여기 실어줘
여인네가 가고 시금치를 사면서 들었겠다 의지할 게 없으면 오래 서 있지도 걷지도 못한다는 소리를 약속이 있어도 리어카를 끌고 나서야 한다는 얘기를
그 이야기를 듣는데 이가 시렸다 출렁 시금치를 내려놓고 기차를 마련해야겠다
얼띤感想文
여기서 중요한 시어는 리어카다. 상징적인 시어다. 비둘기가 평화를 얘기하듯 리어카는 마음이겠다. 몇 가지 의미가 있는 시어를 보자. 화장을 곱게 하시었다. 화장 요즘은 글발도 화장발이다. 오십은 넘으셨겠다. 사실 굳음에 관한 느낌은 이때부터다. 물론 빠른 사람은 40대 후반에서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오십은 넘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오십이 梧十, 悟十 같다. 시금치 대표적 봄나물이다. 시금치가 詩金置처럼 듣긴다. 기차는 딱딱하고 여러 칸으로 이루어진 이동물체라는 점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가는 마디마디 이어 붙여놓는 게 꼭 시어를 보는 것 같다.
=마음을 달래어 시장 장 보러 왔다. 화장을 곱게 하고선, 그리는 안 되어 보이지만 오십은 족히 보였다. 장 볼 게 얼마나 많으면 단단히 마음 다잡고 나왔을까 마음 꾹 다지며 젊은 상인에게 한마디 한다. 파 한 단, 양파 한 망태기, 열무 세 단 여기 좀 담아줘요. 여인네가 가고 주인장은 한마디 한다. 저 여편네 아주 짠돌이야 오늘 왠지 몰라 이리 많아 담아갔으니, 그 소리 듣고 시가 생각났다. 얼른 들어가 시를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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