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마음이 내게 / 이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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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회 작성일 22-08-13 20:40본문
이제 이 마음이 내게
=이응준
괴물의 성찰을 가져다준다고 한들 햇살 아래서 그늘진 그날 너의 그 표정 영원히 잊을 수가 없기에 차라리 내가 세상에서 어서 사라지는 편이 낫고, 세상의 아무것도 용서할 수 없다는 너의 그 눈빛,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면서 인생이 세상 위에 왈칵 다 엎질러진 듯 울고 있던 네가 떠 오르는 밤. 태풍이 다가오는 밤. 장님이 아니면서도 점자(點字)를 읽듯 먼지를 읽고 내뱉는 말도 안 되는 나의 한숨 소리, 대체 이 사랑이 뭐라고 잊을 수 없단 말인가. 태풍이 다가오는 밤, 고백이 외로운 사람의 의무가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제 이 마음이 지쳐 쓰러지면 이토록 오래 기다렸던 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도 알게 될 것이다. 그 읽을수록 이해할 수 없이 깊어지기만 하는 책을 쓴 그 여인, 며칠 전 기도가 뚝, 끊기는 침묵처럼 죽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는 일처럼. 이제 이 마음이 내게 괴물의 성찰이 되는 밤. 그 읽을수록 가슴만 아픈 책을 쓴 그 여인, 며칠 전 기타 줄이 뚝, 끊기는 선율처럼 죽었다고 누가 우연히 알려주는 일처럼 기도하는 자는 사랑에 훼손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해서, 이 냉정한 지옥, 내가 누군가를 추모하듯 태풍을 기다리는 밤. 괴물의 성찰이 다가오는 밤.
얼띤感想文
브러시 / 崇烏
이미 떠난 사람이 보이고 떠나려는 사람이 보이면 세월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그때야 느낀다 80년 세월을 엄청 빠르게 지나왔어도 이제 걷는 한 발짝은 야무지며 느리다 계단을 디딜 때나 차에 오르내릴 때는 더구나 옆에 부축한 사람이 없을 땐 더욱더 난감한 일이라서 꼼짝달싹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어디를 가시더라도 화장실이 멀어 거동에 지장을 주는 몸이 되었다 그런데도 하루가 또 천근만근 엎어놓은 듯 무게는 생각보다 지루해서 함께 포항이며 영천이며 또 경산을 둘러 대구 지나 구미까지 왔다 일이 많아 배송이라지만 종일 지루함과 싸움이었다 하루 거니는 동안 생각 없다 하시던 밥도 오후 들어서야 한술 떴는데 동태탕 집이었다 마치 주인장을 아들 다루듯 해서 인사하며 한 그릇 주문했는데 생각 없으시다더니 다 비우셨다 작년에 한 번 들렸나 모를 이 집,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적도 있는 이 집, 어머니와 함께 동태탕 한 그릇 한다 어머니 집에 모셔놓고 마치 먼 길 떠나는 이처럼 차에 오르고 앞을 나섰다 아! 오늘은 하늘이 왜 이리 끄무레한 건지 해도 없고 구름만 잔뜩 거기에다가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간혹 쏟아지는 소낙비에 쉴 수 없이 내 젖는 차창 브러시
앞이 왜 이리 캄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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