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발에 슬리퍼를 신고 / 박판식
페이지 정보
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회 작성일 22-08-14 11:47본문
버선발에 슬리퍼를 신고
=박판식
줄무늬, 줄무늬의 마음이여, 유리병 속 기름처럼 기름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파리처럼 남의 것만 많은, 치마 내 것이 되지 못해 설사하는 마음이여
신이 새로 내리지 않아 떠밀리고 떠밀려온 김보살님 집 담벽에 붙은, 비에 젖은 백지 속 버라이어티한 협박의 세계여
“이곳에 쓰레기 버리는 자는 팔다리가 벌벌 떨려 밥숟가락 들 힘도 없게 하시고 날마다 더러운 꼴만 당하게 하시고 담배꽁초 침 함부로 뱉는 자는 기필코 다음 생에 도둑괭이로 살게 하시고 지갑 텅텅 비어 거지꼴 못 면하게 하시고 밤이면 밤마다 쓰레기에 파묻히는 악몽에 시달리게 하소서”
나도 알고 있다, 내 인생이 왜 괴로운지를 그것은 나를 사랑하지 못한 내 영혼의 추위 사랑의 냉담한 포즈라는 것을
얼띤感想文
버선만 신고 신을 신지 않은 발을 버선발이라 한다. 슬리퍼를 신었다는 것, 길바닥에 닿는 그 느낌을 생각하면 역시 부드럽지 못한 어떤 어감이 오른다.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기승전결, 그 짜임새가 분명하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늘 설사하는 마음으로 읽곤 한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만, 이 점에 대해선 웃음이 일곤 한다. 비에 젖은 백지 속 버라이어티한 협박의 세계, 오죽하면 그럴까 싶다. 공중도덕이 부족한 사람은 주위 늘 있기 마련이다. 시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겠다. 내 마음이 왜 차가운지, 왜 괴로운지, 냉담한 포즈 그러나 따뜻하게 그리고 무언가 가져올 수 있는 시라면 마음에 군불을 지피기 위해 장작을 패고 그 장작을 가져와야 하듯이 도끼는 늘 들고 다니겠다. 마음 한 자락 늘 거기다가 꽂으며 훈훈한 미소를 던지기도 하면서 다시 또 빼기도 하면서 밑줄은 긋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석 그었다가 뭔가 후려 맞는 잔상을
이곳에 쓰레기는 버리지 맙시다. 후들후들 떠는 저 다리를 보고 간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