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hole / 최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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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2-08-14 19:48본문
홀hole
=최영랑
세계는 고요로만 존재하고 고요마저 서서히 삼켜져 또 다른 내가 발생합니다
안의 경계가 밖의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방치합니다
소심한 습관들이 삐걱거리다가 농담이 됩니다 서로 다른 나와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헐거워지는 구멍 나를 끼워 넣습니다
모든 언어가 투명해집니다 온전히 들키고 싶은 문장이 탄생하고 한 꺼풀씩 내가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경계에 갇히면 구멍은 은둔의 방식이 아니라 사라지게 하는 마법의 방식이 됩니다
두려움을 밀봉합니다 마침내 어둠은 나의 의지
한 세계가 또다시 문을 두드립니다
나의 페르소나를 재빨리 꺼내 놓습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닫습니다
반년간 『상상인』 2022년 하반기호(통권 4호) 발표
얼띤感想文
한 세계는 문장의 늪입니다. 아니 문장의 홀, 구멍에 우리는 잠겨 있습니다. 어쩌면 고요한 세계며, 내가 그 속에 빠져 있으니까 내가 모르는 나라는 존재가 또 발생하는 겁니다. 그 속에 경계는 불명확하고 그 경계의 바깥에 놓인 또 다른 나는 다만 빠진 늪의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만 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묶을 필요 없는 어떤 자유에 대한 향유일 겁니다. 말하자면, 그것은 방치며, 그 속에서 어떤 융합물 아니 어떤 다의적 존재물의 형성과 그 시간을 벌기 위한 작용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소심한 버릇으로 문장의 늪에서 잘 맞지 않는 이종의 간격은 너무 커 간혹 웃기도 하지만, 마치 농담처럼 짓고 웃고 그 속에서 오는 반향을 느끼며 점차 헐거워지는 늪을 새로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나의 존재며 내가 이끈 새로운 주모자들로 이룬 조직으로 한 세계를 향한 눈빛들입니다.
모든 언어가 맑고 장애가 없으며 어느 길이든 트이는 통로가 생길 때쯤에는 나도 없고 어둠도 없고 별빛의 세계만 그리워집니다. 유배한 언어의 경계가 걷히고 흰 저고리 걷은 나팔이 바깥에 거닐 때는 바람과 구름과 비를 모는 하나의 방정식이 되며 새로운 나비가 내 어깨에 와닿듯 눈꺼풀을 잠시 내립니다.
그때는 두려움은 없습니다. 마침내 어둠은 순전히 나의 의지라서 한 세계에 두 발 딛고 선 무대만 있을 뿐입니다. 나의 신이여 나만 믿어도 그건 종교라 했나요. 세계를 향해 온전한 나의 지식과 지혜와 자유의사를 밝힌 내 사고를 들어 밀며 나간 내 장래는 다만 밝기만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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