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여운 남덕 / 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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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회 작성일 22-08-15 00:25본문
나의 귀여운 남덕
=이중섭
5월 31일자 편지를 받고 안심했소, 다시는 골치 아픈 일은 쓰지 않기로 굳게 약속하리다.
최근 나는 약간 신경질이 나 있소, 아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까닭일 거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조심하고 있소.
2,3일 계속해서 친구 때문에 답장 쓰는 게 좀 늦어지고 말았소(원산의 황인호 씨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왔기에)
내일은 배 형편과 마 씨에 대한 것을 자세하게 써 보내겠소. 되도록 매일 내 쪽에서 편지를 쓰게소. 당신도 되도록 매일 편지를 써 보내주오. 그럼 기운을 내어 또 편지 주시오.
6월 9일
이중섭 대향 구촌
얼띤感想文
늦은 밤, 기획사 대표께서 괜한 문자를 주어 사동까지 다녀와야 했소 요전 날 내가 쓴 시 너무 슬프다 하여 맥주 한 잔 하자고 해서 한 두어 시간 자리 함께 했소 안줏값이 없어 안 나가려다가 솔직히 그리 또 문자를 보내니 신경 쓰지 말고 어여 나오라 하시어 없는 택시 구태여 잡아 탔지 뭐요
늘 그랬듯이 조지 브라운에 생맥 두 잔씩 깔끔히 비웠다오. 비우기 전까지 몸 비슬비슬 어디 호르몬 부족인지 모르나 꽤 좋지 않았소 여 다녀온 일로 조금 나아졌소
사실, 문학이 뭔지는 몰라도 거저 자리 앉아 책보며 이런저런 생각하며 한 줄 글귀 훔치는 게 낙이라 또 오후 내 할 일도 끝났기에 저녁 시간 나름 즐기려는 찰나 문자를 받은 거요
사는 게 참 고민이 많다가도 글만 보면 그 고민 삭 없으지니 이것도 어쩌면 병인지도 모르오 무언가 일을 탐구하고 기획하고 나서야 하는데 말이오. 그러나 그 일이라는 게 처음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 결말은 또 매한가지라서 크게 나서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도 사실이오
인간의 심정과 감정 그리고 상대서 밀려오는 그런 것들과 정보의 갭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오. 어쩌면, 커피 하나만 보는 것도 큰 욕심 없이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 드오. 괜한 일 벌여 좋을 일 없을 것 같소 여 기획사 대표 왈, 그 재능 살려 뭐 좀 하자는데 거저 웃고만 있었소.
자리 일어나 집 가려는데 여전히 택시 잡기 어려웠소 사실 걸을까 하다가 둘째 불러 타고 왔지만, 이것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세태를 보는 것 아니오, 기름값에 기본료에 무엇 하나 순리에 맞는 것도 없으니 기사 양반들 일할 마음 나겠나 싶소.
시 감상문 란에 이런 글 올려 미안하오.
중섭이 생각 나 올렸다가 그의 나이 40에 요절했으니 가만 생각하니 지금 나보다는 어리오. 괜한 수명만 길었나 싶소
그대, 오늘도 수고 많았소.
잘 자시오.
22.08.14
臨堂, 弓堂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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